[사설]대마불사 시절 끝났다

동양 등 일부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동양그룹은 일단 부도 위기를 넘기게 됐다. 하지만 핵심 계열사도 법정관리 또는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지분과 자산 매각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현 회장 중심 그룹 지배구조가 사실상 와해될 위기다.

동양 위기는 어느 정도 예고됐던 것이긴 하지만 현실로 나타나자 충격이 크다. 금융 시장은 요동쳤다. 개인투자자 피해 문제로 한동안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재계 충격이 크다. 대기업집단과 같은 큰 몸집으로도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사실 대마불사 시절은 벌써 지났다. STX, 웅진까지 그룹들의 잇따른 위기 사태가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예고편은 나왔고 곧 본편으로 이어진다. 그 근원엔 글로벌 경제 위기가 있다. 세계 경제 연결이 갈수록 긴밀해지면서 한 곳의 위기가 세계로 번진다. 내수 기업마저 결코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

우려되는 것은 일련의 그룹 위기 사태로 재계 투자 심리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 투자에 소극적인 재계다. 그 투자심리까지 더 위축된다면 자칫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로선 동양 사태로 생긴 개인투자자 피해 구제에 일차적으로 관심을 두겠지만 재계 투자 위축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빨리 혁파하는 것이 방편이다.

금융 개혁도 서둘러야 한다. 상장기업의 10%가 부실 경영이며 회사채 시장이 붕괴하는 상황 자체가 우리 금융과 감독 시스템에 허점이 있음을 방증한다. 심지어 돈의 흐름을 좌우하는 금융사들까지 경영 위기에 직면해 자칫 금융 문제가 산업계 위기를 부채질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손을 쓰기도 어렵게 된다.

재계도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당면 위기는 결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국내외 가리지 않고 경쟁이 격화되면서 큰 몸집은 되레 활동 반경을 스스로 좁힐 뿐이다. 핵심 경쟁력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해 몸집보다 맷집을 키우는 노력이 절실하다. 투자도 맷집을 키우는 쪽에 집중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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