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개봉한 `악마를 보았다`라는 한국영화가 있다. 국정원 경호요원인 김수현(이병헌 분)이 약혼녀 주연이 잔인하게 살해당하자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분노로 가장 고통스러운 복수를 진행하는 줄거리다.
수현은 연쇄살인마 장경철(최민식 분)이 범인임을 알아내고 죽을 만큼의 고통만 가하고 놓아주기를 반복하며 처절한 응징을 시작한다. 그러나 살인마 경철은 난생 처음 만난 대등한 적수의 출현을 즐기며 반격을 시작, 결국 주연의 아버지와 여동생에게 잔혹한 복수를 이어간다. 두 인물이 벌이는 광기의 대결 속에서 복수의 두 얼굴에 가려진 인간 내면의 속살이 드러난다.
영화 속에서 수현과 경철은 본인 신체에 가해지는 고통과 위험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하지만 광기에 가득 찬 이들에게도 아킬레스건은 존재한다. 바로 가족이다. 가족의 안전이 위협받거나 자신의 목숨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의) 가족에 의해 위협받을 때 이들을 더 큰 광기를 보이거나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 금융권에도 이런 아킬레스건을 이용한 제도가 있다. 바로 연대보증이다. 본인뿐 아니라 주변 사람을 볼모로 채무자의 채무 이행을 강제한다. 폐해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해 폐지나 개선이 진행되고 있지만, 뿌리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최근 중소·벤처업계에서 한 번의 실패로 재기 불가능의 상황으로 내모는 창업자 연대보증 폐지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이나 보증기관 등에서는 여전히 창업자 연대보증이 모럴헤저드 등 폐지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폐지 반대 목소리도 일견 이해는 간다. 그러나 연대보증이 창업자에게 정말 악마로 보이지는 않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 봤으면 한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