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진 삼성물산 기술연구센터장(K-MEG사업단장·djhwang@samsung.com)
국내 에너지 수급과 소비 불균형, 에너지 다소비 산업 중심의 경제성장 패러다임 아래에서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정책은 한계점을 노출했다. 에너지 수급은 해마다 증가하는데 반해 공급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각 나라는 효율적인 에너지 정책을 내놓고 해법을 찾고 있지만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한 실정이다.
세계적으로 새로운 혁신적인 에너지원을 찾지 못한다면 에너지 효율화가 현재 에너지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현실적인 해법이라 할 수 있겠다. 국내 에너지 소비량의 80% (국내 부문별 최종에너지 소비량은 2011년 산업이 61.6%, 가정상업/물 18.2%, 수송 17.90%, 공공기타 2.2%, 에너지통계연보 2012)에 달하는 산업시설과 건물의 에너지 사용 효율화가 시급하다.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전체 에너지 효율화를 추진하는데도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산업용 에너지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이 에너지 효율화의 핵심인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산업의 기술 혁신과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에너지 R&D 사업에 지속적으로 지원해 왔다. 2013년 올해 총 1조36억원 규모의 연구개발 예산을 편성했다. 그 중 에너지 저장, 다소비 기기, 건물 효율과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여러 연구 개발이 추진 중에 있다. 많은 과제는 이미 성과가 나오고 있으며 일부는 개발 중이어서 연구 개발 과제가 모두 끝났을 때는 국가적인 에너지 경쟁력도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산업과 건물 분야의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연구 개발 일환으로 작게는 설비와 건물 자체의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연구 개발이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제로에너지 주택과 건물에 대한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마련되었으며, 설비· 조명 시스템 등 개별 기술의 연구 개발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올라서 있다는 평가다. 이제는 이런 개별적인 연구개발을 통합해 산업 시설과 건물군 전체 에너지 소비를 효율화하여야 하는 단계이다. 이에 에너지의 수요와 공급을 지역 에너지 망의 형태로 안정화시키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물산이 총괄하는 K-MEG(Korea Micro Energy Grid)사업은 통합 효율화의 대표적인 과제이다. K-MEG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에너지 기술이 융합해 전기 에너지 뿐만 아니라 현재 사용되고 있는 천연가스와 지역열원을 포함하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마이크로그리드 차원에서 최적화해 에너지 생산과 소비 효율을 높인 종합 에너지 솔루션의 개발을 목표로 한다. 국내외 11개 사이트에서 실증을 진행 중이다.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한 K-MEG 에너지 솔루션은 산업시설 및 건물군, 에너지 고립 지역 등의 용도별로 개발되어 에너지 자급 건물, 넓게는 에너지 자급 도시를 구현하고자 노력 중에 있다.
지역 에너지 망, 즉 마이크로에너지 그리드의 상용화는 현행 제도 내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그러나 정부주도 R&D 과제로서의 K-MEG 사업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게 된다면 중앙집중식 에너지 공급형태에서 벗어난 지역 에너지망이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실용화를 위한 전력, 도시가스, 지역난방, 상하수도 등의 에너지 관련기관의 협력 및 다각적인 제도개편이 필요할 것이다.
에너지 효율 R&D는 에너지 절감 효과 뿐 아니라 경제·사회 여러 부문에 다양한 편익을 가져올 수 있다. 온실가스 감소, 천연자원 관리, 에너지 가격 안정, 산업생산성 및 경쟁력을 이끌어 낼 수 있게 된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에너지 기술이 융합된 에너지 효율화 시스템은 새로운 기업의 창업과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창조경제와도 연결되고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선순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