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재판의 핵심 인물로 꼽힌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선고재판을 하루 앞둔 26일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이에 따라 27일 최 회장의 항소심 선고판결에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법무부는 26일 “대만 정부로부터 강제 추방된 김원홍씨를 대만 현지에서 체포해 26일 밤 국내로 데려 온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5시 30분께 대만 타오위엔 공항에서 김씨 신병을 넘겨 받아 아시아나 714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김씨는 수백억원대 횡령혐의를 받고 있는 최 회장의 고문으로 최 회장의 절대적 신임 속에 거금을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에 대한 선고재판이 오는 27일 오후 2시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예정된 가운데 김씨의 증언에 따라 판결 방향이 달라질 전망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동안 김씨가 송환되더라도 증언을 받아들이지 않을 뜻을 내비쳐 실제 선고공판 전에 김씨의 증언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SK는 여전히 `핵심 증인`인 김 고문의 증언이 이뤄지지 않은 채 재판이 마무리되려는 움직임에 불만을 표시해왔다.
한편 대법원은 26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배임 사건 중 일부 유죄 부분에 대해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서 최 SK 회장 항소심 선고 등 다른 대기업 오너 판결에도 관심이 가고 있다.
최 회장은 1심 판결에서 횡령을 주도한 인물로 인정돼 징역 4년이 선고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사건을 주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내용으로 공소장 변경을 유도한 만큼 판결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재판도 영향을 받을지 주목된다. 2000억원대 조세포탈 및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은 혐의가 모두 인정되면 징역 4년 이상의 중형이 불가피하다. 이 회장은 공소 사실에 대해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대신 일부 사실에는 적극 반박하는 재판전략을 펼치고 있다. 조세포탈 및 횡령·배임 액수를 낮추는 데 노력 중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