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파세코가 산학협력 디자인 프로젝트로 디자인 경영에 첫 발을 내딛었다.
지난해 검은색 석유난로로 디자인 효과를 본 파세코는 홍익대 프로덕트 디자인 전공 학생들과 협업으로 본격적 디자인 강화에 나섰다. 당시 검은색 석유난로는 기존 제품 대비 15% 더 비쌌지만, 캠핑용 제품에 `블랙에디션`이 퍼지는 인기 돌풍을 일으켰다.
유일한 파세코 대표는 “중소기업이 제조업에서 디자인 시프트(이동)하기 위해서는 전 직원의 마음가짐부터 달라져야한다”며 “틀에 박힌 기존 생각에서 벗어나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파세코는 디자인 강화활동으로 올해 매출이 지난해 대비 15% 더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파세코는 지난해 1049억원의 매출을 거뒀고, 이 중 절반 가까이가 석유난로 부문에서 나왔다.
유 대표는 2009년 석유난로를 중동에 수출했을 당시 외관의 컬러 교체만으로 매출이 오르는 경험을 했다. 그는 “30년을 판매해온 석유난로도 디자인을 잘하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변할 수 있다”며 “중국 및 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원가 경쟁은 이미 끝났고, 디자인 등 소프트파워를 더 키워야한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산학협력으로 물, 불, 공기, 흙 4가지 원소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제품들이 고안됐다. 각각 식기세척기, 가스레인지, 후드, 캠핑난로 등 파세코가 보유한 종합 생활가전 라인업의 이미지를 반영했다. 지난 2월부터 홍익대 학생들은 공장을 방문해 현장 분위기를 익히고, 관계자와 디자인 회의를 거치며 실무를 경험했다. 회사 측도 실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디자인가이드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협력했다.
이상훈 홍익대 프로덕트 디자인 교수도 “우리나라 학생들이 발상이나 창의력은 세계적인데, 상상을 실현에 옮기는 데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며 “창의적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브랜드를 잘 반영하면서 스토리텔링이 담긴 제품이 나오도록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기업 입장에서 좋은 디자인이란 실현 가능성이 높고, 차별화가 되고, 간단하면서 직관적 구조를 가진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파세코가 선정한 최고 디자인이었던 정수기 제품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013` 디자인 콘셉트 부문에서도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번 산학협동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내달 2일까지 `갤러리 팔레드 서울`에 전시한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