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금융권, 돋보기 대신 IT서비스 개선을

대거 정년을 맞은 새로운 소비계층 `시니어(베이비 붐) 세대`가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했다. 시니어 세대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4.4%를 구성하고 전체 소비의 25% 이상을 차지한다. 전체의 45.6%가 금융 자산을 보유한 주체다. 고령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국내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은 다른 산업에 비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다른 산업이 4.7% 성장할 때 시니어 산업은 12.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 시장까지 포함하면 시장은 2018년 고령사회로 진입 시 83조원이 넘는 거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Photo Image

최근 금융권에서는 시니어의 마음을 붙잡기 위한 마케팅 움직임이 활발하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다양한 금융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경제력과 구매력을 겸비한 시니어를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금융권 최초 `시니어 특화 점포`를 개설해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부합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IBK기업은행은 50대 이상 고객을 위한 `IBK9988 장수통장`을 내놓았고 신한은행은 `온라인 은퇴설계 서비스` 등을 선보이고 있다.

금융권이 시니어를 대상으로 다양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가운데, 과연 그들이 내 놓는 서비스가 진정 시니어를 배려한 서비스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가령 오프라인 지점을 방문할 때 고객들을 대하는 서비스를 보면 은행 직원이 얼마나 강도 높은 서비스 교육을 받았는지 몸소 느낄 수 있다.

번호표를 뽑은 뒤 환한 미소와 큰 소리로 인사를 한다. 그리고는 젊은이조차 이해는 고사하고 읽는 것조차 어려운 상품 서류를 받는다. 은행 지점마다 `시니어 서비스`라는 미명하에 돋보기와 안내 서비스 책자를 비치해 놓고 있다. 얼마나 배려심 많은 서비스인가.

하지만 과연 고객을 위한 서비스인지 의문이 생긴다. 진정한 서비스라면 돋보기를 쓸 필요 없는 큰 글씨로 서류를 준비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닐까.

시니어를 위한 금융서비스가 부족한 점을 감안했을 때 최근 KB국민은행이 선보인 `KB골든라이프뱅킹`은 주목할 만하다. 이 상품은 서비스 디자인과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을 도입해 사용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사용자 경험을 조사해 잠재적 요구를 포착, 효율적이고 매력적인 서비스로 만들었다. 시니어가 돋보기 너머로 읽기도 힘든 작은 글씨로 인해 고통 받는 점을 개선했으며 손쉽게 상품을 이해하도록 하고 사용성을 높였다. 공급자 관점이 아닌 사용자 관점에서 고객 중심,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니어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도 매우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겪었던 불편함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를 얻었다. 시니어를 위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나오지만 진정 시니어 입장에서 그들의 불편한 것이 무엇인지 시원하게 해소해주는 서비스 제공은 미비한 수준이다.

금융권 최초 유니버설 디자인과 서비스 디자인 개념 도입한 온라인 서비스 제공은 시니어 및 온라인 뱅킹 접근이 어려운 고객을 끌어안고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진정성 있는 서비스로 거듭났다.

급증하는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에서 고객을 잡고 싶다면 그들을 이해하고 진정 원하는 것, 불편해하는 것을 찾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 낡은 프레임에 갇혀 전통적인 서비스 방식만 고수한다면 고객은 변화하지 않는 기업에 등을 돌릴 것이라는 것은 과거 사례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최근화 유플리트 대표 khchoi@upleat.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