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어나면서 남녀차별도 줄어드는 추세지만 인터넷 세상은 거꾸로다. 인터넷 이용자 남녀 성비가 점점 벌어진다. 남성보다 낮은 여성의 인터넷 접근성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경고가 나왔다.
23일 내셔널멀티미디어와 신화통신 등 외신은 국제연합(UN) 인터넷 위원회(Broadband Commission)의 `여성의 정보사회 편입을 통한 디지털 기회의 증폭` 보고서를 인용해 세계 인터넷·모바일 접근 인구가 심각한 성비 격차를 보인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터넷 사용자 중 13억명이 여성, 15억명이 남성이다. 남성이 2억명 많다. UN은 3년 내 이 격차가 3억5000만명 수준으로 벌어진다고 내다봤다. 성별 격차는 경제에 영향을 끼친다. 보고서는 신흥국에서 인터넷 사용자가 10% 늘어날수록 국내총생산(GDP)이 1.38% 오른다고 밝혔다. 6억명의 여성을 온라인에 끌어들이면 세계 GDP가 180억달러(약 19조3770억원)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여성의 인터넷 접근성 향상이 국가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견인차라는 설명이다.
신흥국일수록 성비 격차는 심각하다. 세계 최빈국으로 꼽히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의 여성 인터넷 인구는 남성의 절반에 못 미쳤다. 비싼 인터넷 요금 등으로 사회·경제적 격차가 반영된 것이다. 신흥국이 16%, 선진국이 2%의 인터넷 접근 성비 격차를 보였다.
모바일 기기를 가진 차이도 크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여성의 21%만이 휴대전화를 가졌다. 남성 대비 3억명이 적은 수치다. 보고서는 이 격차가 약 130억달러(약 14조원)의 모바일 산업적 손실을 입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헬렌 클락 국제연합개발프로그램(UNDP) 총괄은 “보고서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의 변화 속에서 여성의 경쟁력, 성 평등과 포용 능력을 높이기 위해 직시해야 할 중요한 기회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더 많은 여성을 정보 사회로 끌어들이기 위한 각국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130여개 국가에서 `걸스 인 ICT 데이(Girls in ICT Day)`처럼 여학생들의 ICT 참여를 촉진하는 별도 캠페인을 펼친다.
하마둔 뚜레 ITU 사무총장은 “여성의 ICT 접근성을 높이는 일이 2015년 이후 글로벌 발전을 위한 주요 어젠다가 돼야 한다”며 “성별 격차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ICT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별 인터넷 성비 격차
자료:UN 보고서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