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대학에 입학하면서 공부를 안 했어요. 전기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는데 누구도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죠. 1년을 놀았는데 열심히 하는 친구들과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벌어지더라고요.”
심주섭 미래창조과학부 사무관은 공직에 투신한 이유로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을 지원할 수 있는 것`을 첫 손에 꼽았다.
공학을 전공했지만 대학 시절은 오히려 전공 자체보다 이공계 현실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할 수 있었다는 시간이었다는 이야기다.
심 사무관은 “꿈을 말할 때 늘 꼽았던 과학자나 엔지니어는 혼자서 작업하는 이미지였는데 정작 내가 좋아하는 것은 달랐다”며 “대학에 가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게 적성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심 사무관은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차세대 방송 부문을 맡고 있다. 초고선명(UHD) 연구개발(R&D)등 미래 방송 기획이 그의 업무다. 1982년 태어난 그는 컬러TV 등 미디어 발전의 수혜를 입은 세대에 속한다.
친구들과 애니메이션 등 VHS(Video Home System) 타입 비디오를 같이 본 경험은 귀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원래 TV를 달고 살았던지라 부모님의 통제를 당할 정도였다. 그런 그가 차세대 방송 업무를 맡았다는 것은 어쩌면 필연이다.
심 사무관은 “우주로 날아가는 로켓이나 `볼트론(일본에서 만든 합체 로봇 만화)`등 콘텐츠가 아직도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다”며 “서사구조도 기억이 나지만 그보다는 이미지가 주는 강렬한 인상이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 사무관은 대학교 3학년 때 행정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해서 군 복무 마지막 해인 2012년 기술고시(행시 55회)에 합격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해 의대, 변리사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공대 동기들을 보며 “실제로 공대 전공을 선택한 친구들이 막연한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서 괴리를 많이 느끼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돌이켜보면 지금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길이지만 대학교 1, 2학년 때는 `롤모델`조차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불투명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진출하는 분야도 사회에 꼭 필요한 영역이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상황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공대 공부를 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그는 “굳이 공대가 아니더라도 다들 대학에 들어온 직후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며 “상상했던 전공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차이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동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대부분 청년들의 어려움일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로 처음 공직에 들어온 그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더욱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 기대가 크다.
방송통신뿐 아니라 과학 등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는 조직에서 좀 더 다양한 업무를 경험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특히 보람이 있는 건 제가 개진한 의견이 방송정책에 영행을 미칠 수 있다는 겁니다. 유관 부처와 의견을 조율하는 업무 등 서로 다른 관점을 통일해 나갈 때 공직에 들어온 희열을 느끼죠.”
그는 30년 후의 자신의 모습으로 `생산적인 국가를 이끄는 공직자`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쌓아온 노하우를 청년 세대에 넘겨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심주섭 미래부 사무관은?
1982년 9월 생인 심주섭 사무관은 서울대 전기공학부 01학번으로 현재 미래부에서 차세대방송 기획을 맡았다.
UHD, 3D TV 등 향후 10년 이내 대중화 될 매스미디어 서비스의 기획과 발굴이 그의 몫이다.
기술고시 출신으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공직 첫발을 내디뎠다. 공학도 출신인 만큼 기술과 사업화가 만나는 벤처에도 관심이 크다.
심 사무관은 국내 창업의 구조적 문제로 “어린 시절에는 몰라서 실패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를 무너뜨릴 수 있는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다는 미스매치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무원이 가진 `안일하다`는 보편적인 이미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국민에게 보편적이면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모든 공직자들이 기본적으로 가진 원칙”이라며 “많은 공무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민 편의를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