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특집]창조, 사람에게 묻다
지난해 10월 1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는 과학과 정보통신기술(ICT)로 지속 가능한 중장기 성장을 추구하는 `창조경제` 공약을 발표했다. 토목·건설로 통칭된 이전 정부의 성장정책과 선을 긋는 여당 후보의 새로운 청사진에 이목이 집중됐다. 과학기술과 ICT를 근간으로 산업화 시대의 패러다임을 정보지식화 시대의 융합 패러다임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이를 바탕으로 융합시대의 새 흐름을 선도하는 제2의 새마을운동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신조어 창조경제는 그렇게 시작됐다.
11개월이 지났다. 정부는 창조경제 골격 세우기에 한창이다. 창조경제란 `창의적 아이디어` `상상력과 과학기술` `ICT` 등을 녹여내 창의적 자산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창업하거나 기존 산업과 융합시키자는 의미다.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궁극적 목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손에 잡힐 듯하지만 모든 경제가 단기간에 이뤄질 리 없으니 조바심도 생긴다. 그래도 우리가 미래형 선진경제 구조를 구축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고, 이뤄내야 할 숙제가 바로 창조경제다. 관행과 타성은 금물이다. 창간 서른 한 해를 맞은 전자신문이 창조경제의 실체를 찾아 나섰다. 창조경제에 정답은 없다. 거창한 슬로건도 필요치 않다. 전자신문은 창조경제의 해답을 `사람(창조, 사람에게 묻다)` `현장(창조, 현장에서 찾다)` `기업(창조, 기업에서 배운다)`에서 찾고자 한다. 매년 창간에 맞춰 `뉴(NEW) IT` `원(ONE) IT` `기술한류` 등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했던 전자신문은 올해는 사람과 현장, 기업에서 해답을 찾아 나섰다.
1년 가까이 창조경제가 무엇인지를 놓고 논쟁하는 사이 사람들은 이미 저마다 창조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현장에선 전쟁을 방불케 하는 경쟁이 끊이지 않는다. 사람과 기업이 모두 그 주역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국가와 기업, 사람의 흥망성쇠는 창조경제의 정답과 오답을 모두 오롯이 품고 있다.
틀을 깨야 한다. 고착화된 하나의 세계를 깨고 나가야 한다. 창조경제를 실현하려면 역설적으로 창조경제의 틀에 창의성을 가두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패러다임의 대전환기다. 하나의 고착화된 울타리에 갇히면 더 이상 창조는 없다. 현장이 창조경제라는 상징적 의미에만 사로잡혀 있어서는 치열한 도전 정신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기업이 창조라는 혁신의 아이콘을 도외시하는 순간 냉정한 시장은 기업의 설 자리를 빼앗는다.
혁신 의지와 현실의 간극은 융합, 도전, 혁신이 메운다. 이기종 산업과 학문을 넘나드는 융합형 인재, 실패를 거울삼아 끊임없이 도전하는 현장,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하는 기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의 틀을 과감하게 깨고 나와야 비로소 새로운 전환기시대의 산업경제적 생태계 숲이 보인다.
이남식 기술인문융합창작소장은 “틀에 박히지 않고 무엇을 할 것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시대”라며 “새로운 환경에 따라 모든 사고 체계와 사업화 방식을 전환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창조경제를 버려라. 2013년 9월 창조경제는 그렇게 새로 시작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