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공정위와 ICT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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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관료도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이가 부쩍 늘었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그중 하나다. 그는 취미인 자전거를 타면서 느낀 점이나 최신 영화를 본 감상평 등을 올려놓곤 한다. 장관급인 그의 일상사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해서인지 그의 페이스북 글에는 보통 수십 건의 댓글이 달린다.

며칠 전에는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시스템통합(SI)업체 대표와 간담회를 가진 소감이 올라왔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가 규제됨에 따라 지금까지 주로 내부거래로 진행되어온 시스템통합(SI)업무가 외부 중소기업으로 내려올 때, 이를 수행할 능력이 충분한 지, 그리고 기밀유출 가능성은 없는 지 등을 논의하고, SW업계의 고충도 들었다”고 적었다. 그는 궁금증이 풀렸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업체 대표들한테 들어보니 “(서로) 좋은 시간이었다”고 한다.

규제 권한이 막강한 공정위 수장이 정보기술(ICT) 분야에 관심을 갖는 건 나쁠 게 없다. 때마침 IT산업에 공정위가 간여하는 부분이 많아지고 있다. 포털 규제와 통신사 대리점 문제, SI업체 일감몰아주기, 제조사 하도급 등 앞으로 공정위가 어떤 조치를 내놓느냐에 따라 산업지형도가 바뀔 수 있다. 어느 때보다 공정위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다.

공정위 정책과 관련해 정재찬 공정위 부위원장은 지난 달 한 모임에서 “IT기술혁신 분야에서 경쟁당국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면서 “경쟁당국이 보호하려는 대상은 경쟁사업자가 아니라 시장 전체의 혁신 유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맞는 말이다. 공정위 규제는 규제로만 끝나선 안 된다. 시장을 활성화하고 산업혁신을 유도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자면 공정위 규제 칼날이 정교해야 한다. 소 잡는 칼로 닭을 잡거나, 닭 잡는 칼로 소를 잡아서는 안 된다. 그랬다간 사단이 난다. 유능한 외과의는 환부만 정확히 도려내 새 살이 빨리 돋게 한다. 공정위 칼날도 그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정위가 법과 경제는 물론 산업에도 일가견을 가져야 한다.


방은주 전국취재팀 부장=ejb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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