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는 모험을 즐겼다. 새 시장에 진입하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당시로서는 위험할 만큼 큰 규모의 M&A를 과감히 단행했다. 기술은 확장하고 규모는 성장시켰다. 1993년 9월 시스코가 9500만달러(약 1056억원)에 인수한 `크레센도`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크레센도 제품은 시스코에 100억달러(약 11조1200억원)를 벌어줬다.

숫자로 보이는 결과만이 아니다. 시스코의 크레센도 인수는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시장에서 선두 입지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더넷 스위칭` 기업이었던 크레센도는 카탈리스트 스위치 제품군을 더해 당시 라우터 기업이었던 시스코의 사업영역을 확장시켰다. 넓은 범위의 통합 네트워킹 업체로 거듭나는 토대가 됐다.
피인수 기업의 인재를 중시하는 시스코가 크레센도 인수로 얻은 것은 기술뿐만이 아니었다. 크레센도에 있던 마리오 마졸라, 루카 카피에로, 프렘 제인, 랜디 폰드 등 핵심 임원을 동시에 얻었다. 이들은 이후 수년간 시스코의 주요 임원으로 활약하며 기술 개발을 이끄는 핵심 역할을 한다.
시스코는 크레센도 인수를 신규 시장에 진입하고자 실시한 M&A 중 성공 사례로 꼽는다. 시장에서 성장세를 높이거나 영역을 확장시킬 때도 이뤄지는 시스코의 M&A는 상황에 따라 목적과 방식은 달라도 고유 철학 아래 실시한다.
하루 단위로 피인수 기업의 프로세스를 관리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빠른 시간 내 시스템과 문화를 일체화할 매뉴얼을 업데이트한다. 창립 이후 170개 가까운 기업을 M&A하며 축적한 노하우다.
이 경험을 녹여 시장·기술·지역별 전문가로 이뤄진 기업개발팀을 주축으로 초기 전략 수립, 준비와 실행의 세부 방안을 마련한다.
힐튼 로만스키 시스코 부사장은 “M&A로 비즈니스 효과를 내려면 재사용할 수 있고 측정가능하며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거버넌스와 프로세스에 기초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스코의 M&A 전략은 `만들고(Build), 사고(Buy), 협업하는(Partner)` 큰 틀의 성장 방법론 중 하나다. 1983년 두 명으로 시작한 시스코는 20년 후인 2002년 189억달러(약 21조원) 규모 회사로 자랐고 지난해 회계연도 461억달러(약 51조원) 매출을 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