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 정부가 차세대 통신 시장 선점을 목표로 상용화한 와이브로도 여기에 해당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전문가로 구성한 와이브로활성화전담반은 지난주 와이브로 대안 기술인 시분할방식 롱텀에벌루션(LTE-TDD) 수용을 제시했다. 사실상 와이브로 실패 선언이다.
쉽지 않은 결단이다. 정부가 민간 요구를 수용해 고집을 꺾은 것 자체는 점수를 받을 일이다. 정부는 그동안 의지대로 통신산업을 끌어왔다. 성공한 게 많지만 실패도 제법 있다. 위피와 와이브로 정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런 정책 실패를 제대로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문책을 두려워한 탓이다. 와이브로 정책 변경이 늦어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늦게나마 나온 정책 선회는 정부가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더욱이 실패용인 문화를 만들자는 정권이다. 이달 말 최종 정책 확정 때 정부뿐만 아니라 초기 혼선에 일조한 제조업체, 통신사업자까지 망라해 실패를 용기있게 고백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좋다.
이젠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는 일에 집중할 때다. 새 대안이 LTE-TDD다. 기술적으로 현 LTE나 와이브로와 흡사하다. 칩셋, 단말기, 장비까지 우리가 축적한 기술을 활용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LTE 시장을 열어 정작 외국계 다국적기업 배만 불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전철을 TDD 시장에서 반복하면 애써 정책을 바꾼 의미가 사라진다.
와이브로가 성공하지 못했지만 트래픽 분산 등 이동통신 보완재 구실을 한 것은 분명하다. 와이브로 가입자 보호 대책에 소홀하면 엉뚱한 부메랑을 맞는다. 지난 13일 공개 토론회에서 노출된 정부와 이통사 간, 또 이통사 내 입장 차이를 보니 이런 걱정이 앞선다.
정부는 연말까지 관련 핵심 기술과 제품 개발, 서비스 모델 발굴 계획을 마련한다. 몇년 째 손가락만 빤 국내 중소, 중견 통신 업체들을 배려한 전략을 짜야 한다. 보유 특허 개방도 적극 검토할 일이다. 후속 정책이 제대로 성공해야 와이브로에 씌워진 `갈라파고스` 오명은 `아름다운 실패`로 바뀌어 기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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