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 세단이 움직인다. 그런데 운전자가 없다. 이 차에 탄 유일한 사람은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이다. 오른쪽 뒷좌석에 앉았던 그는 차가 멈추자 문을 열고 내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모터쇼를 열광시킨 벤츠의 자율주행 차다.
이 자율주행 차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세계 자동차 회사마다 상용화 경쟁을 벌인다. 벤츠, 닛산 등은 2020년을 상용화 목표로 잡았다. 7년도 채 남지 않았다. 개발 속도를 봐선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아마도 내년께 시제품이 잇따라 나올 듯하다.
자동차 회사뿐만 아니다. 구글은 이미 2년 전 자율주행 시험을 끝냈다. 자동차 회사도, 정보통신기술((ICT) 회사도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인다. 그 경쟁에 우리나라 기업만 없다. 자동차 회사들은 시제품은커녕 개발과 상용화 계획도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다. ICT업체들은 전혀 상관없는 시장으로만 여긴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와 ICT 업체를 거느린 우리나라의 현주소다.
물론 전혀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아차, SK텔레콤, 삼성전자, 유디테크 4개사는 지난 7월 말 차세대 스마트 차량 서비스 사업에 제휴했다. 하지만 거의 `올인`한 외국 기업과 비교해 너무 조용하다. 자율주행과 같은 핵심 프로젝트 협력도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를 휴대폰과 같은 모바일기기와 똑같이 봐야 한다. 다만 사람이 그 안에 들어갈 뿐이다. 전통 엔진까지 사라지면 사실상 디지털 기기와 다를 바 없다. 세계 디지털 하드웨어 시장에서 힘깨나 쓰는 우리나라로선 스마트카가 엄청난 기회다. 그런데 기업도, 정부도 이에 거의 손을 놓다시피 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자동차와 ICT 업체 간 교류가 활발해져야 한다. 그래야 외국의 특허 공세에 대응할 기술을 빨리 개발하고 시장 선점 경쟁에 가세할 수 있다. 정부는 국책 연구개발 프로젝트라도 띄워 붐을 조성해야 한다. 대기업에 비해 영세해 엄청난 연구개발 투자비를 감당할 수 없는 중소 부품소재업체와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뛰어들어야 개발이 활발해진다. 스마트카는 자동차산업 뿐만 아니라 우리 디지털산업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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