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특집3-창조, 기업에서 배운다]게임 하나로 중국서 연 매출 1조 내는 `스마일게이트`

인구 13억명의 거대 시장 중국은 세계 게임산업의 중심국으로 부상했다. 아직 초고속 인터넷망과 PC가 보급되지 않은 도서지역이 상당함을 감안하면 중국 게임 시장은 향후 수년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예측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게임에 이어 모바일 게임 시장도 급속히 커지고 있다.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중국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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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불고 있는 게임 열풍은 한국 게임들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웰메이드 온라인 게임들이 중국에서 잇달아 서비스되면서 초기 시장 형성을 주도했다. 이제 중국은 한국의 e스포츠 산업 노하우를 전수받아 세계 최대 e스포츠 국가로 도약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중국에 진출한 한국산 온라인 게임은 약 2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은 단연 1인칭슈팅게임(FPS) `크로스파이어`다. 중국에서 총싸움 게임 열풍을 주도하면서 최다 동시접속자수 400만명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인기작이다.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도 크로스파이어와 함께 대표적인 현지 히트작으로 꼽히지만 크로스파이어가 점유율 면에서 약 두 배 가량 차이로 현지 온라인 게임 시장 1위를 단단히 거머쥔 것을 감안하면 그 열풍은 가히 기록적이다.

중국에서의 화려한 성공 이면에는 앞서 진행한 한국 서비스의 씁쓸한 실패가 있었다. 크로스파이어는 국내에서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크로스파이어가 등장한 2007년 당시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는 각각 동시접속자수 10만명을 기록하며 국내 FPS 시장의 양대 산맥을 형성했다. 새로운 다크호스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는데 그쳤다.

크로스파이어의 성공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는 2002년 설립한 뒤 첫 작품으로 `헤드샷 온라인`이라는 FPS를 선보였으나 비공개 서비스 도중 개발을 중단하는 아픔을 겪었다.

개발을 주도한 권혁빈 대표는 FPS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고 끈을 놓지 않았다. 이후 개발한 크로스파이어는 헤드샷 온라인의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재도전한 작품이다. 3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네오위즈게임즈와 2006년 계약을 맺고 2007년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미 FPS가 인기 장르로 부상한 국내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크로스파이어에 대한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기존 경쟁작 대비 낮은 사양은 높아진 국내 사용자의 입맛을 충족하기 역부족이었다.

새로운 기회의 문은 중국에서 열렸다. 텐센트는 2007년 크로스파이어 서비스 계약을 맺고 서비스 준비에 돌입했다. 현지 사용자 입맛에 맞도록 완전히 새롭게 콘텐츠를 재구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스마일게이트의 개발력과 텐센트의 시장 분석력이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2008년 중국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매년 최다 동시접속자수 기록을 갈아치웠다. 매출도 고공행진 했다. 이제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만 연간 1조원 매출을 발생시키는 효자 게임이자 중국 전역에 `게임 한류`를 일으키는 핵심작으로 자리매김했다. 뿐만 아니라 현지 서비스를 담당한 텐센트는 크로스파이어의 인기에 힘입어 빠르게 거대 게임 기업으로 성장해 `중국 게임업체`를 넘어 `세계 인터넷 기업`으로 부상했다.

스마일게이트는 국내를 넘어 글로버 게임 개발·퍼블리셔로 도약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북미 게임 퍼블리셔 지포박스를 인수했으며 꾸준히 역량있는 국내외 개발사 및 퍼블리셔와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크로스파이어 단일 게임으로 회사가 빠르게 성장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동시에 향후 행보에 부담도 된다”며 “글로벌 개발사로 성장하기 위해 자체 개발력 향상, 국내외 퍼블리싱 사업 확대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