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MRO 사업제한후 업계 구도 재편

`IMK 승승장구 -서브원·엔투비 정체`

지난 2011년 11월 동반성장위원회는 대기업 계열 MRO사업의 동반성장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은 소모성자재(MRO) 대기업의 경우 상호출자제한기업, 계열사 매출액 3000억원 이상의 기업만 신규 사업을 하도록 한 것이 골자. 대기업들이 공격적 사업확대에 나서면서 중소기업 활동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대기업 소모성자재에 대한 사업규제 이후 시장은 `아이마켓코리아 승승장구-서브원 등 나머지 사업자 정체` 구도로 재편됐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가이드라인 제정 후 국내 MRO 업계는 아이마켓코리아가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그룹에서 인터파크로 주인이 바뀐 아이마켓코리아는 다른 대기업 계열사들이 중소기업 시장을 제한받는 사이 매출 규모를 꾸준히 키우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대비 21% 성장한 1조1000억원대 MRO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도 270억원으로 16% 늘었다. 올해 연간 매출 목표는 2조5000억원이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삼성에서 벗어난 후 동반성장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을 적용받지 않는다. 별다른 제한없이 중소,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신규 수주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여기에 삼성그룹 지분을 인수하면서 일정기간 삼성쪽 매출을 보존한다는 조건도 확보해 사업이 안정적이다.

반면 LG계열의 서브원과 포스코 중심의 엔투비, 코오롱 계열 KeP 등 다른 대기업 소속 MRO 전문회사는 매출 정체가 뚜렷하다.

서브원은 올 상반기 MRO사업부문에서 1조2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엔투비도 MRO분야에서 지난해와 비슷한 2300억원대 매출을 상반기에 기록했다. KeP 상반기 매출은 전년보다 5% 감소한 2200억원대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MRO시장은 매년 5~10%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때문에 매출이 정체라면 사실상 역성장의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마켓코리아와 달리 서브원과 엔투비, KeP 등 다른 대기업 MRO회사들은 중소기업 시장 진입제한 영향을 받고 있다”며 “신규시장은 주로 중소기업 부문에서 열리는 데 이 수혜를 대부분 아이마켓코리아가 가져갔다”고 해석했다.

MRO 사업자들은 공공부문에서도 사업을 제한받는다. 중소기업시장과 달리 아이마켓코리아도 진출이 제한된다. 공공 조달부문에서 중소 중견 유통전문기업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였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리 나타나고 있다.

국내 유력업체들이 정부 조달시장에서 철수한 후 신생 중소MRO 전문업체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규모 유통에서 자본력은 필수다. 중소 유통상들이 단기간내 고성장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는 해석이다. 대기업이 물러난 곳에는 중소기업 대신 외국계업체가 자리 잡았다.

산업통상자원부(당시 지식경제부)는 2011년 76개 산하 공기업과 소속기관에 대기업 MRO구매대행 이용을 중단시켰다. 이 사이 미국계 사무용품 업체 오피스디포가 실질적으로 국가의 구매대행 역할을 하고 있는 조달청과 MRO 공급계약을 맺었다. 전국 10개 권역 중 6개 권역에서 2년간 MRO 78억원어치를 공급하기로 했다. 공공 MRO시장의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비판여론이 커지자 조달청은 지난해 말부터 지역 중소유통상을 통해 MRO용품을 공급받기로 사업을 조정했다.

MRO업계 고위 관계자는 “MRO 규제 이후 중소 유통 전문회사가 성장한 것도 아니고, 중소 제조업체들도 좋은 구매대행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라며 “수요와 공급을 최적화해 연결하는 효율성은 무시하고, MRO사업에 대해 막연한 부정적 인식만 갖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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