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특집3-창조, 기업에서 배운다]무너진 기업 변화 속도 느렸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닌텐도 매출·영업이익 추이

급변하는 시장에서 기업 흥망성쇠는 어지럽게 반복된다. 성공의 길은 멀고 험하지만 실패는 한순간이다. 업계를 주름잡던 기업도 한순간의 실수로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휴대폰 시장 점유율 50%를 기록하며 세계 1위였던 `노키아`, 전자왕국 일본을 이끌던 `소니`, 소셜게임의 대명사 `징가`, 게임기 시장 히어로 `닌텐도`.

기업은 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지만 업계 대표주자가 한꺼번에 흔들렸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이들이 어려움을 겪는 원인은 무엇일까. 공교롭게도 이들은 스마트폰이 불러온 모바일 혁명의 높은 파고에 대처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예측 실패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업 환경을 따라 잡지 못했고 생각지도 못한 경쟁자에 추격당했다.

또 다른 공통점은 과거 성공에 대한 집착이다. 세계 시장을 점령하며 성공 교과서로 불렸던 이들은 기존 사업 영역을 버리지 못했다. 시장 변화 감지가 느린데다 기존 사업과 중복된 제품 개발은 주저했다. 조직의 붕괴도 영향을 끼친다. 잘못된 전략을 선택하거나 구성원들이 동요하며 조직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실패의 수렁에 빠진다.

◇빠른 외부 변화에 더딘 대응이 실패 불렀다

최근 사업 환경은 과거보다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1876년 시장에 등장한 유선전화 보급률이 70%에 이르는데 90년이 걸렸는데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률이 70%를 넘는데 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모바일 혁명에 나가떨어진 기업이 많은 이유다. 오랜 시간 산전수전을 겪으며 어려움을 극복해온 기업도 너무 빠른 환경 변화에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변화 범위도 예측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섰다.

1979년 워크맨을 내놓으며 휴대용 오디오 시스템 시장을 연 소니는 CD플레이어, MD를 잇달아 선보이며 애플 `아이팟` 등장 전까지 최고의 회사였다. TV 시장을 선도했고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게임 콘솔에서도 독보적인 기업이었다. 하지만 MD가 출시될 즈음 휴대용 오디오 시장은 MP3로 변화하고 있었다. 결국 아이팟과 수많은 MP3플레이어가 나오며 MD는 소니 워크맨의 성공신화를 잇지 못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경쟁자가 갑자기 등장해 게임의 법칙을 바꿨다.

소셜게임 시장을 이끌었던 징가는 반짝 스타였다. 2007년 설립한 징가는 페이스북과 연계한 소셜게임으로 대박을 쳤지만 모바일 대응에 늦었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며 소셜게임 이용자가 웹에서 모바일로 넘어갔는데 징가는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과거 성공이 발목 잡았다

한때 휴대폰 시장 1위였던 모토로라와 노키아는 모두 성공의 단맛에 오래 취해있었다. 모토로라는 1983년 세계 최초로 휴대폰을 개발한 후 15년간 독주를 했지만 노키아에 1위를 빼앗겼다. 모토로라가 당장 매출이 높은 아날로그 휴대폰을 버리지 못할 때 노키아는 디지털 휴대폰 개발에 매진했다.

노키아는 모토로라를 제치고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50%에 달했다. 하지만 성공에 너무 취했다. 모토로라가 했던 실책을 노키아도 그대로 반복했다. 휴대폰 시장에 스마트폰 바람이 거셌지만 노키아는 기존 사업에 매달렸다. 잘나가는 유럽 시장에서만 제품을 내놓고 변화가 몰려온 미국 시장은 간과했다.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했는데 자체 플랫폼인 심비안을 너무 오래 붙들고 있었다.

세계 최대 휴대용 게임기 회사인 닌텐도는 2011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전환했다. 닌텐도는 주력 모델인 닌텐도DS와 위, 닌텐도3DS가 동반 부진했다. 게임 소비가 게임기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간 탓이다. 닌텐도는 스마트폰 게임의 위협이 커지는 것을 감지했지만 익숙한 영역에만 머물렀다.

◇조직 붕괴하면 속수무책

기업들은 난관에 부딪히고 수시로 실패한다. 그러나 실패를 교훈삼아 성공하는 기업엔 탄탄한 조직이 한 몫 한다. 기업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인재가 회사를 떠나면서 조직에 균열이 시작된다. 패배주의가 기업에 확산되면 무너지는 속도는 더욱 가속화된다. 조직원들이 실패도 거쳐야할 과정으로 생각하고 극복할 체력을 가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소니엔 부서 이기주의가 팽배했다. 같은 회사였지만 부서끼리 협력하지 않았다. 소니 내부에서 서로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두 개의 디지털음악기기가 나올 정도였다. 회사 역량을 하나로 모아도 부족할 시점에 전력이 분산됐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