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들이 최근 잇달아 주거래은행을 선정하면서 과도한 `IT 기부채납`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내부 업무시스템 개선에서부터 데이터센터 설비시스템 교체까지 주거래은행과는 전혀 무관한 IT시스템 구축 지원을 요구해 은행 업계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일부 기관은 지방 이전에 따른 IT 투자비용을 은행으로부터 지원받기 위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공기관들이 주거래은행 선정조건으로 과도한 `IT 기부채납`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최근 1~2년 새 공공기관들의 지방 이전에 맞춰 주거래은행을 재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기관이 데이터센터 이전 비용까지 요구하면서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이 주거래은행 선정을 빌미로 IT 투자비용을 충당하겠다는 속내를 대놓고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공공기관과의 금융거래를 위해 필요한 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기본으로 제공해 왔다. 또 일부 노후화된 연관시스템도 함께 개선해 줬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내부 주거래은행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IT시스템 구축을 과하게 요구하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주거래은행의 계약기간 동안 시스템 구축은 물론이고 전산 인프라의 통합 무상 하자보수도 지원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은행은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되기 위해 SI업체와 함께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지난 7월 한국광물자원공사는 분산 운영되는 금융거래를 주거래은행으로 집중하겠다는 목적으로 주거래은행 선정에 나섰다. 제안요청에는 주거래은행 연계망 구축은 물론이고 △IT센터 이전 및 최적화 운영방안 △차세대 포털시스템 구축 △서버 가상화 구축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 인프라 개선 △통합보안 시스템 구축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사업자 선정작업은 유찰됐고 공사는 이달 초 재공고를 냈다.
안전보건공단도 울산 우정혁신도시 신청사 이전을 계기로 주거래은행 및 법인카드 운영 사업자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시스템 전반에 대한 고도화를 요구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에 앞서 국민연금공단은 주거래은행 선정에 400억원 이상의 IT 개발 기부채납을 요구했다. 기존 서버, 보안, 네트워크 장비 등 모든 전산장비를 교체해 달라는 요구였다. 항온항습 등 공조시스템은 물론이고 변압기 및 UPS 등의 설비장비까지 요청했다. 이 같은 작업에 총 400억원 이상이 필요했다는 게 업계 후문이다.
사실상 국민연금공단은 운영자금이 330조원이 넘어 많은 은행이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되기를 원했지만 이 같은 조건으로 인해 실제로 일부 은행만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기존 주거래은행이었던 신한은행이 다시 맡았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주요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까지 공공기관이 아닌 은행들이 직접 챙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등 각종 폐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공공 분야는 단순히 수익성이 없다고 해서 하지 않을 수 없는 요인도 많아 은행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이러한 본질에서 벗어난 요구로 인한 병폐들을 빨리 도려내지 않고서는 건전한 산업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