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하면 죄책감 느끼는 사회…어쩌다가?

[창간 31주년 특집]창조, 사람에게 묻다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1960~1970년대생들은 유년 시절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다 부모나 교사에게 들켜 호된 꾸지람을 들은 추억이 있을 것이다. 1990년대 말부터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하고 PC방이 생기면서 친구들과 어울려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집에서도 PC로 게임을 할 수 있게 돼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게임은 일상생활에 깊이 파고들게 됐다.

게임이 여가문화로 자리잡을 만큼 대중화된데 반해 사회적 시선은 더 날카로워졌다. 게임을 접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워졌지만 과몰입에 따른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면서 심지어 술, 마약과 동일한 수준으로 중독 원인으로 바라보는 시각까지 생긴 것이다.

반면에 게임 개발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과거 대비 상당히 높아졌다.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는 “넥슨을 공동 창업했을 때 서울대 학생이 게임을 만든다는 것에 주변 반응이 상당히 싸늘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정상원 띵소프트 대표는 당시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게임을 만들겠다고 하자 부모님의 반대와 원성에 부딪혔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시장 분위기는 확실히 바뀌었다. KAIST, 서울대를 비롯해 다양한 학교와 전공에 몸담은 학생이 게임 개발에 뛰어들고 개발사를 창업하고 있다. 학력과 무관하게 게임을 좋아하고 창의력 넘치는 인재를 원하는 개발 시장 분위기도 한 몫 한다.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시장에서 잘 갖춰진 대기업이 아닌 소규모 창업으로 자유롭게 능력을 발휘하는데 매력을 느끼는 인재들이 늘고 있다.

송재경 대표는 “게임 개발자는 좋은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여전히 게임하는 것에 죄책감을 갖게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며 “이는 우리 사회의 지나친 경쟁 문화에서 비롯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영화 설국열차에서 지나치게 조직을 압박하지 않고 숨통을 조금이라도 틔워줬다면 열차가 탈선하는 참혹한 결과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 사회도 지금처럼 지나친 생존경쟁을 지속한다면 발전은 커녕 설국열차처럼 공멸하는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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