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특집]창조, 사람에게 묻다
“교육 앱인데 마치 게임을 하듯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사용자가 많습니다.”
영어를 배우는 교육용 앱인데 마치 재미있는 게임에 빠져들 듯 자꾸 손이 가는 앱이 있다면 어떨까. 재미있게 몰입해 공부하면서 학습까지 할 수 있다면 부모나 자녀 모두 행복할 듯싶다.
탐팀스튜디오는 바로 이런 교육과 게임(놀이)의 행복한 만남을 꿈꾼다. 게임요소를 교육과 업무, 운동 등 다른 분야에 접목해 재미와 효율을 동시에 추구하는 `게미피케이션`이다. `창조`와 `창의`의 핵심인 교육과 놀이를 함께 추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탐탐스튜디오는 얼마 전 게임과 소셜 요소를 교육에 결합한 영어학습 앱 `캐치잇잉글리시`를 발표했다. 김정주 NXC 대표가 KAIST에서 벤처 창업 관련 강의를 할 때 수강한 인연으로 게임 개발자와 영어교사 출신자 등으로 팀이 구성되고, NXC에서 인큐베이팅 지원을 받아 화제가 됐다.
캐치잇잉글리시는 영어 문장 카드를 친구와 주고받으며 점수를 쌓는 방식으로 영어를 익힌다. 영어 문장을 터치하며 어순에 맞춰 배열하는 과정을 마치 블록게임 같은 느낌으로 살려냈다. 친구를 초대하고 친구가 문제 푸는 것을 도와주며 자신도 점수를 얻는 소셜 요소도 들어있다.
인터랙티브한 UI와 그래픽, 아바타 적용으로 흥미와 몰입감을 높였다. 카드를 수집하고 레벨을 높이며 보상을 받는 중에 자연스럽게 학습이 일어나도록 설계됐다.
개발을 총괄하는 최원규 탐팀스튜디오 팀장은 “실제로 교육이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경험이 캐치잇잉글리시 개발에 큰 영향을 줬다”고 말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즐긴 `게임 키드`였다. 반면에 공부는 너무나 재미가 없었고, 자연스럽게 더 게임에 몰입하게 됐다.
그런 그가 스스로 영어 공부를 하게 된 계기가 있다. 중학교 때 다닌 영어학원에서 카드를 기반으로 영어 문장을 외우며 친구와 경쟁하고 주간 랭킹을 다투는 교육 시스템을 만난 것. 최 팀장은 “마치 현실에서 게임을 하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며 “이런 경험을 살려 게임을 통해 직접적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것을 전달하는 방법을 실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게임과 교육의 접목은 단순히 재미있게 배운다는 개념을 넘어선다. 학습 콘텐츠를 담당한 박주현 과장은 “학습자의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게임을 선택했고, 접근성과 사용성이 높은 매체인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앱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개발 과정에서는 영어 문장을 외우고 공부하는 과정을 게임 형식과 어떻게 잘 연결시켜 시너지를 낼지 중점적으로 고민했다. 그러다 찾은 답이 `연결`이다. 최 팀장은 “SNS나 온라인게임을 오래 지속하는 것은 결국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서로 영어를 알려주고 협력하며 함께 학습을 하게 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실험했다”고 말했다. 일단 앱에 들어오면 접속을 유지하는 평균 시간이 일반 교육용 앱의 3배, 거의 게임 앱 수준으로 나온다는 설명이다.
게임과 교육의 만남에서 가능성을 보았다는 얘기다. 박 과장은 “게임은 최신 기술의 집합체이자 사용자를 가장 배려하며 긍정적 행동에 보상을 주는 동기부여 도구”라며 “게임을 접목해 학습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교육 경험의 질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게임이나 교육이나 모두 스마트폰으로 하게 되는 상황”이라며 “지루하고 배려심 없는 교육 앱은 게임 앱에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이 게임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말이다. 게임 역시 교육에서 얻을 것이 많다. 게임의 저변을 넓히고 순기능을 더할 수 있다.
박 과장은 “게임을 통한 학습으로 유아 학습과 놀이에서 보다 질 좋은 기업교육에 이르기까지, 삶 속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문화가 좀 더 창의적이고 다양하며 재미있는 방법으로 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팀장은 “새로운 도전을 하고, 그렇게 얻은 지식을 상황에 맞게 적용하고, 지루해지면 더 높은 도전을 하는 과정을 생각하면 게임과 교육은 유사점이 많다”며 “다만 차이가 있다면 교육이나 일상은 게임만큼 피드백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게임은 피드백 시스템 등을 활용, 기존 교육을 보다 매력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다.
게임과 교육이 화학결합해서 시너지를 내도록 하기 위한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그간 게미피케이션 방법론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박 과장은 “게임 요소가 학습에 시너지를 주도록 적절히 적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가상의 세계에서 내 건물에 친구를 초대하고 각자 방에서 공부를 한다든지, 내가 문제를 내놓으면 시간 되는 친구들이 들어와 문제를 풀어주는 비동기적 플레이를 적용하는 등 공부하는 상황을 보다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는 소셜 게임 요소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