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에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로 손꼽혀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RNA생물학연구실 교수(45). 황우석 박사 이후 대한민국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 과학자다. 올들어 터진 상복만 한번 따져 보자. 지난 7월 에쓰오일이 설립한 공익재단인 `에쓰-오일 과학문화재단`은 기초과학 분야 학술상인 `올해의 선도과학자 펠로십` 수상자로 김빛내리 교수를 선정했다. 6월에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국가대표 과학기술인을 선정해 시상하는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꼽혔다. 앞서 3월에는 서울대총동창회가 주는 `제15회 관악대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가장 노벨상에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로 꼽히는 김 교수는 한마디로 `스타`다. 국가는 김 교수에게 매년 최대 100억원 연구비를 지원한다. `영년직(테뉴어) 연구원` 자격도 별도 부여해 65세까지 정년을 보장해줬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김 교수는 “모두 큰 상이라 감사하면서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며 “12년 전 유학을 마치고 처음 귀국했을 때의 마음가짐으로 더욱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에서 미생물학으로 학·석사를 마친 김 교수는 이후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 8년여 간 유학 생활을 했다. 대부분 국비 유학이었다. 김 교수는 “국민 세금으로 유학 갔다 오고, 또 지금도 그 돈으로 연구 활동도 하고 있는 만큼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려 한다”고도 했다.
1969년 전남 영광에서 태어난 김 교수는 “그리 환영받지 못한 출생”이었다고 말했다. 아들을 바라던 가부장적 분위기의 가정에서 나고 자란 김 교수가 여성 과학자로서의 정체성을 찾은 건 영국 옥스퍼드로 유학을 가서였다. “거기서는 한국에서처럼 전형적인 현모양처형 여성으로 행동하지 않아도 됐어요. 그게 참 좋더라구요.”
한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발견한 김 교수의 연구 성과 역시 그즈음부터 눈에 띄게 성장한다. `김빛내리` 하면 `마이크로RNA`가 연관 검색어로 도배될 정도로, 김 교수가 세계적으로 마이크로RNA 개척자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 때다.
유전병의 20% 이상이 RNA 결함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유전자 조절 물질인 마이크로RNA의 기능을 구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마이크로RNA의 생성 원리를 구명하고 기능을 최초로 밝혀 마이크로RNA와 인간 질병과 관계를 밝히고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특히 김 교수는 해외 유학생활을 계기로 마이크로RNA 중요성을 인지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마이크로RNA 연구 분야를 `스스로` 개척했다. 이 점이 학계, 특히 세계 과학기술 무대에서 으뜸으로 손꼽히는 대목이다.
김 교수의 논문은 셀(Cell)에 9편, 네이쳐에 2편, 사이언스에 1편 등이 실렸고, 이들 논문은 지금껏 국제적으로 1만1000회 인용됐다. 이런 공로로 셀을 비롯해 유럽분자생물학기구(EMBO) 저널 등의 편집위원과 인터내셔널 RNA 소사이어티의 이사 등 여러 국제학회에서 주요 조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특히 EMBO에는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외국인 회원에 선출되기도 했다.
특히 김 교수의 대표 업적으로 꼽히는 마이크로RNA 프로세싱 핵심효소인 `nuclear RNase Ⅲrosha` 발견은 세계 최초다. 이는 마이크로RNA 연구 분야의 새 지평을 연 업적으로 꼽힌다.
마이크로RNA의 생성과정을 밝힌 세계 최초의 과학자인 김 교수는 줄기세포와 암세포에서 RNA를 분리 동정하고 그 기능을 규명, 줄기세포와 암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김 교수는 “21세기에 가장 새로운 생명과학분야로 지목되는 RNA생물과학 분야에서 마이크로RNA의 생성 과정과 기능을 규명하는 세계적 선도과학을 현재 수행 중”이라며 “RNA가 줄기세포와 암의 형성과정에서 수행하는 제어 기전을 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가 최근들어 지나치게 매스컴 등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을 두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잖다. 박항식 미래부 과학기술조정관은 “김 교수에게 솔직히 좀 미안하다”며 “연구교수는 연구실에만 있게 해야 하는데, 최근 너무 여기저기 불려 다니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으로서는 역대 4번째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아다 요나스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교수도 “김 교수는 매우 훌륭한 과학자”라면서도 “하지만 정부나 국민이 그녀에게 노벨상 수상을 지나치게 강요하는 것은 안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