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특집2-창조, 현장에서 찾다]<인터뷰>박낙종 베트남 한국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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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과 한국하면 무엇이 떠오릅니까? `한류`라는 단어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단어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양면적으로 베트남 한류 붐에는 한국 문화콘텐츠를 불법사이트 등을 통해 다운받고 회원 수만 80만명에 이르는 불편한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진정한 한류란 콘텐츠의 질적 성장뿐만 아니라 유통과 창작을 뒷받침 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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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낙종 베트남 한국문화원장은 베트남에서 불고 있는 한류의 그늘에 대해 입을 열었다. 문화콘텐츠의 불법 유통은 한류뿐만 아니라 베트남에서 어떠한 문화 콘텐츠 산업도 성장 할 수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류는 콘텐츠를 넘어 새로운 콘텐츠 산업으로 급부상했지만 베트남에서는 연속성을 잃고 인적 교류에만 그치고 있다”며 “한국 콘텐츠가 어떤 식으로든 유료화 되고 양성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국가간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문화원은 문화 콘텐츠 양성화를 위해 9월 개소하는 한국저작권센터 하노이 사무소와 업무협약을 맺고 한류 양성화 산업 확산에 나설 계획이다. 그동안 베트남에서 한류는 대외적인 홍보에만 머물고 있다. 하드웨어만 강조할 뿐 베트남과 한국 사이에 울타리를 제거하지 못하고, 창조형 산업으로 육성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박 원장은 “한국문화원 또한 주로 공연이나 전시활동 위주로 기관 홍보에만 치중했다”며 “대외 홍보를 넘어 현지 젊은이들과 한국 문화를 공유하고, 체험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박 원장은 K-POP이 아닌 V-POP전도사로 나섰다. 한국문화를 일방적으로 전파했지만, 이제 베트남이 한류를 흡수해 자체 대중문화인 V-POP를 만들도록 새로운 협력자로 나선 것.

지난해 8월 부임한 박 원장은 취임 열흘 만에 제 2회 K-POP콘테스트를 개최했다. 열기는 대단했다. 베트남 전역에서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젊은이들이 하노이로 운집했다. 올해 박 원장은 K-POP콘테스트를 누구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도록 팬클럽 축제의 장으로 행사 형태를 바꿨다.

지난 8월, 3회 K-POP콘테스트가 열렸고 1500여명의 팬클럽 회원들이 참여했다. 이 행사는 자율, 경쟁, 봉사라는 표어를 내걸고 진행됐다. 박 원장은 “1인당 입장료 2만동을 받았지만 1200여명이 모두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며 “미화로 1400달러를 모아 불우 청소년 기부에 나섰다”고 밝혔다.

한국문화원은 개혁에도 나섰다. 밖에서 보는 문화원이 아닌 안으로 틈입해 같이 한국 문화를 즐기고 호흡하는 다목적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전시회장과 도서관, 사물놀이와 태권도 교실을 만드는 등 체험 위주로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 예술봉사단을 만들고 어려운 사람에게 한국문화와 봉사활동을 결합한 교량 역할에도 나선다. 박 원장은 “베트남 공산당 산하부처인 조국전선(46개 기관)과 지난달 협의를 거쳐 협력 체제를 구축키로 했다”며 “고아원과 복지시설 등을 대상으로 한국문화 전파와 함께 현지 봉사활동을 정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류 콘텐츠가 베트남에 전파되면서 문화 정체성 훼손을 두려워하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그는 말한다. 문화 침범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현 시점에서 베트남 대중문화 산업이 보석같이 존중되면서도 한국 대중문화를 융합하는 것이야 말로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문화의 공존`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