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기업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약 20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2년 전 남들이 은퇴할 나이에 새로운 분야인 무선인터넷 와이파이·무선랜 전문 솔루션 회사를 설립해 인생 이모작을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사업을 꿈꿔 왔지만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현재 창업 초년병으로 새로운 삶을 경험하며 젊었을 때보다 더 큰 열정과 희망으로 열심히 현장을 뛰고 있다.
어느 정도 고생할 각오는 하고 직장을 나왔지만 회사를 설립하고 지난 2년을 돌이켜보면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주말과 공휴일 없이 아주 사소한 일부터 회계, 광고, 마케팅 등 모든 것을 사장이 혼자 힘으로 해야 하는, 그야말로 슈퍼맨이 돼야 중소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대한민국 중소기업 대표들은 정작 사업보다 대부분 시간을 인력 수급과 자금 조달 문제에 투입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도 실감하게 됐다.
`9988`이라는 말이 있다. 국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며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노동자 88%가 중소기업에 몸담고 있다는 의미다. 대한민국의 실질적 경제활동의 중심은 중소기업이고 이를 책임지고 있는 대표들은 진정한 애국자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기업의 정년퇴직 평균 연령은 만 55세고, 공무원도 만 60세에 불과하다. 특히 자고 일어나면 빠르게 변하는 정보기술(IT) 분야에 종사하는 베이비붐 세대들은 사오정(45세 정년)과 오륙도(56세까지 근무하면 도둑)보다 더 빠르게 은퇴나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해야 한다. 어느 조사 기관이 인생 이모작은 몇 세부터 준비할 계획인지를 물었다. 응답자는 평균 41.0세를 꼽았다. 희망정년인 평균 56.7세보다 15.7년이나 빨리 준비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간 수명이 100세를 넘을 것이라고 한다. 현역 시절보다 더 긴 은퇴 후 생활을 미리 준비해두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하지만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나만의 문제라기보다 정부의 관심도 중요하다. 한국은 조만간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고령화 사회 노인복지를 꼭 돈으로만 해결하지 않을 수 있다. 정보기술(IT) 분야의 경험 많은 은퇴자들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여러 국가에 진출시켜 대한민국 IT를 전파하고 봉사하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노인 문제도 해결하고 국력도 키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최근 감명 깊게 읽어 마음 한구석에 깊이 자리 잡은 `어느 95세 어른의 수기`라는 책을 베이비붐 세대에게 소개하고자 몇 구절 옮긴다. “나는 젊었을 때 정말 열심히 일하여 그 결과 실력을 인정받았고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 덕에 63세 때 당당한 은퇴를 할 수 있었죠. 그런데 지금 95번째 생일에 얼마나 후회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내 65년의 생애는 자랑스럽고 떳떳했지만 이후 무려 30년의 삶은 부끄럽고 후회스럽고 비통한 삶이었습니다. 만일 내가 퇴직할 때 앞으로 30년을 더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난 정말 그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 입니다. 나는 95세지만 정신이 또렷합니다. 앞으로 얼마를 더 살지 모르지만 이제 나는 하고 싶었던 어학공부를 시작하려 합니다. 10년 후 맞이하게 될 105번째 생일날, 95세 때 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내 인생 이모작을 위해 아주 멀게만 느껴졌던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정말 어려운 것은 `과거의 나`를 잊는 일이었다. 지금은 사업의 힘든 과정에 조금씩 적응해가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고용창출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 이웃을 위한 봉사의 내 인생 이모작도 함께 시작했다.
권태일 빅썬시스템즈 대표 tikwon@bigsu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