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노베이션DNA]초일류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후지쯔 `G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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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일본이 7년 만에 세계 슈퍼컴퓨터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주인공은 후지쯔가 개발한 슈퍼컴 `케이(京)`다. 케이는 5개월 후 10.51페타플롭스(1페타플롭스=1초에 1000조번 연산) 성능을 기록하며 최초로 초당 1경번 연산을 돌파했다.

[글로벌 이노베이션DNA]초일류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후지쯔 `G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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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쯔는 1999년 글로벌 날리지 인스티튜트(GKI) 프로그램을 만들어 글로벌 리더 양성을 위한 교육을 실시해왔다. GKI 수강생은 200명에 이르며 슈퍼컴퓨터를 비롯해 후지쯔 주요 사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케이 개발에는 후지쯔 글로벌 인재양성 프로그램인 `글로벌 날리지 인스티튜트(GKI)` 출신 임직원이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자체 칩 제작에서부터 설계에 이르기까지 케이 탄생의 산파 역할을 해냈다.

GKI는 6개 과정으로 구성된 `후지쯔 유니버시티`의 최상위 교육 프로그램이다. 차세대 글로벌 리더를 양성해 해외 매출을 늘리는 게 목표다. 후지쯔 본사 임원 20%가 GKI 출신이다. 1999년 설립 이후 총 200명의 초일류 인재를 배출했다.

GKI 출신들은 슈퍼컴퓨터, 클라우드 컴퓨팅, IT전략수립, 신제품 개발 등 핵심 사업 분야에서 활동한다. 후지쯔는 GKI 출신 인재를 앞세워 연 매출 40조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고 2002년 29%였던 해외 매출 비중도 지난해 34%로 늘어났다. 보잉사가 쓰는 전자태그(RFID), 후지쯔가 최근 내놓은 유닉스서버 M10도 GKI 출신들의 작품이다.

◇`철학` 있는 리더를 양성하자

후지쯔가 인재양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대 중반부터다. 1990년대 접어들면서 잘 나가던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소위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됐다. 내수 시장이 침체되면서 대부분 기업이 매출 정체와 감소를 겪었다. 후지쯔 역시 성장률 저하에 빠졌다. 1993년 39조원이던 매출은 이듬해 35조원으로 떨어졌다.

위기 타개책으로 생각한 것이 바로 글로벌화와 이를 책임질 인재양성이다. 성장이 정체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비즈니스를 강화해야만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후지쯔는 1999년 GKI 프로그램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직원 리더십 향상에 힘을 쏟았다.

한 사업부를 총괄하는 사업부장급이 대상인 GKI는 미래 경영자 양성이 목표다. 후지쯔의 존재 이유처럼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고민에서 시작해 `철학`을 가진 임원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교육이 진행된다. 특정 과제를 고민하고 경영자와 논의하는 과정을 통해 예비 경영자로서의 리더십을 배우게 된다.

혁신을 주도하는 인재가 되도록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 지역과 인종을 뛰어넘어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선진 경영 기법을 교육한다. GKI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세계 어디에서나 혁신적 사고로 업무를 진행한다.

후지쯔 측은 “과거엔 제품만 좋으면 성공했는데 지금은 좋은 제품이 널렸기 때문에 사회에서 필요한 회사로 인정받아야만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며 “GKI는 회사의 존재 이유처럼 기본적인 고민부터 혁신을 위한 다양한 기법을 교육한다”고 말했다.

◇예산 무제한 프로젝트 지원

GKI는 매년 4월부터 약 5개월 일정으로 진행된다. 일본 본사와 해외 지사에서 추천을 통해 20~25명가량을 선발한다. 일본에서 `지식`을 조직적으로 축적하고 활용하는 이론 교육을 받는다. 개인이 가진 지식을 회사 차원에서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지식관리`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게 후지쯔의 생각이다.

미국으로 자리를 옮겨 버클리, 스탠포드대를 방문해 피터 드러그 박사 같은 세계적 석학의 강연도 듣는다. 혁신적 디자인으로 유명한 디자인회사 아이데오(IDEO)도 방문한다. 디자인을 통해 창조적 생각을 배우기 위해서다. 가령 어떻게 하면 자전거를 사람이 타는 데 가장 편안하게 만들 수 있는지 등 `인간 중심`적인 발상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배운다. 영화 제작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경험하기 위해 할리우드도 방문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주제를 정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대부분 본인이 이끄는 사업부와 관련된 분야에서 주제를 선정한다. 세계 어디든 프로젝트에 필요한 국가와 기업, 기관을 방문해 기술 구현을 위한 조사를 진행한다. 방문하는 국가와 예산에는 제한이 없으며 비용은 모두 후지쯔에서 부담한다.

교육생들은 교수와 GKI 출신 임원들로부터 가이드를 받는다. 최종적으로 후지쯔 임원들 앞에서 발표를 하면 GKI 과정이 마무리된다. 사토 도시야 후지쯔 오토메이션사업부 총괄부장은 GKI 과정을 통해 30년 동안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RFID를 개발, 보잉사에 납품했다. 1024코어까지 확장할 수 있는 최신 유닉스서버 M10을 개발할 때는 GKI 과정을 수료한 사카이 겐이치 유닉스서버 총괄사업부장이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고객 입장에서 사물을 본다

마츠무라 다로 후지쯔 베트남 사장은 2008년 동경본사에서 자동차 영업부장을 맡고 있을 때 GKI 프로그램을 수강했다. 그는 GKI를 통해 얻게 된 점은 크게 세 가지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단순한 물질`이 아닌 `사용자 경험`의 입장에서 사물을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PC 한 대를 팔더라도 고객 생활 속에서 PC가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전체 스토리를 상상해 부가가치 있는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지식의 공유화와 `장(場)`의 창조다. 예를 들어 후지쯔의 회계처리 기술(지식)을 클라우드(場)에 집약해 고객 업무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각국의 후지쯔 참가자를 비롯해 다양한 지식인과 만남을 통해 인적 네트워크를 확장한 것도 GKI가 준 혜택이다.

다로 사장은 “GKI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비즈니스 모델은 베트남에서 서비스화가 추진되고 있다”며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제품판매에 그치던 생각을 고객 중심으로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줬다”고 말했다.

후지쯔는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해 글로벌 리더 양성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후지쯔는 GKI를 비롯해 부장급, 과장급, 20대 젊은 직원 등 대상에 따라 6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금까지 글로벌 리더 양성 교육을 수강한 수강생은 1200명이다.

후지쯔 글로벌 리더 육성 프로그램

자료:후지쯔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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