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뒤흔드는 놀라운 상상력으로 이뤄진 전자책 `김해`가 나왔습니다.
2007년 독특한 상상력과 문체를 담은 첫 장편소설 `멸의 노래`를 발표한 후 `인류멸종프로젝트`, `사후일기` 등 소설과 `생존멘토`, `사랑이 유죄인 이유` 등 다양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온 소설가 안근찬의 세 번째 장편소설 김해가 전자책으로 발간됐습니다.
보통 소설, 영화, 드라마의 소재로 많이 쓰이는 신라, 백제, 고구려와는 달리 가야에 관련된 콘텐츠는 극히 드문 편입니다. 이런 가야를 소재로 어느 작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유의 고전적 문체를 담고 있는 소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신화와 실제 일어날 수도 있는 새로운 신화 사이에서 인간이 겪어야하는 갈등과 불안을 그립니다. 특히 작가는 상징적 기법의 묘사로 놀라운 상상력을 펼쳐냅니다.
소설은 가야 건국 신화의 비밀을 파헤쳐 삼국시대와 닮은 현재의 정치, 경제, 사회적 구도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암시합니다. 소설 말미에서는 충격적인 반전이 나옵니다. 인간의 본능이 얼마나 미천한 것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울러 작가는 2000년 전, 가야국에 살던 어린 여자의 일생과 현대 김해에서 벌어진 기이한 현상을 겪는 한 사내의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살고, 죽을 것인지에 대한 깊고 난해한 질문을 던집니다. 가야의 어린 여자가 그린 사랑, 사내가 품은 희망, 김해의 늙어가는 사내가 겪는 절망을 각각 소설에 담은 작가는 그들의 삶이 다르지만 같은 근본에서 비롯되고 끝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책을 보면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개인으로서 사람은 어떻게 살고 죽을 것인지 고민하는 계기가 됩니다. 나아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헛헛한 것인지, 인간이 믿는 미래가 얼마나 가벼운 거품인지 독자에게 끊임없이 묻습니다.
소설 `김해`는 가장 아프고 치명적인 상황을 그려 오히려 희망을 엿보려는 작가의 의도를 담고 있으며 죽음에 대해 불티처럼 가볍고 가엽지만 분명하고 선명한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은이 안근찬, 펴낸 곳 안북, 가격 8000원
자료:유페이퍼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