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00대 기업의 차입금 의존도가 `위험`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대상 기업의 절반은 경계선인 30%를 돌파해 자금 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30대 그룹 중에서도 절반이 넘는 17개 집단의 차입금 의존도가 30%를 넘어섰다.
21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0스코어(대표 박주근)가 500대 기업 가운데 1분기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고 전년과 비교가 가능한 297개사의 차입금 의존도를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총 차입금은 578조원, 자산은 1959조원으로 차입금 의존도는 29.51%로 나타났다. 보통 안전 수준으로 보는 `30% 이하`의 경계선에 근접한 것이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 말의 29.11%에 비해 0.4%포인트 악화된 수준이다.
차입금 의존도는 총자산(부채 및 자본 합계)에서 차지하는 차입금 비중을 백분율로 표시한 재무지표다. 기업 재무구조의 건실도와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수로 활용된다. 수치가 낮을수록 수익성·자산구성 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되며, 보통 30% 이하를 안전한 수준으로 평가한다. 차입금은 장·단기차입금과 기타차입금, 사채 등 이자를 고정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부채 값이다.
이처럼 500대 기업의 차입금의존도가 높아진 것은 경기불황으로 기업들의 수익이 급감해 현금유동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사대상 297개 기업 중 차입금 의존도가 30%를 넘는 곳은 전체의 46%인 137개에 달했고, 1년 새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진 기업 역시 절반을 조금 넘는 160개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운송업의 차입금 의존도가 가장 높아서 무려 48.9%에 달했다. 1년 새 1%포인트나 상승했다.
다음은 공기업(38.7%)→조선·기계·설비(35.3%)→상사(35.1%)→철강(34.9%)→에너지(32.5%)→통신(32.0%)→석유화학(30.1%) 등으로 9개 업종이 30%를 넘어 악화된 자금 흐름을 반영했다.
반면에 제약(9.6%)→IT전기전자(14.7%)→서비스(19.7%)→식음료(24.8%)→건설·유통(25.3%)→자동차 및 부품(27.7%)→생활용품(28.6%) 등 8개 업종은 비교적 안정적인 자금 흐름을 유지했다.
500대 기업에 속한 30대 그룹 계열사로만 좁힐 경우 상장사가 없는 한국지엠과 부영 2개를 제외한 28개 그룹의 차입금 의존도 역시 27.84%로 1년 전(27.77%)보다 0.07%포인트 소폭 상승했다.
28개 그룹 중 18개는 작년보다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졌고, 9개는 낮아졌다. 그룹 전체로 차입금의존도가 30%를 넘는 곳도 60%인 17개에 달했다.
30대 그룹 중 차입금 의존도가 가장 높은 그룹은 현대그룹(회장 현정은)으로 무려 64.5%에 달하고 있다. 전체 자산 중 65%가량이 당장 이자를 내야하는 부채인 셈이다. 이어 효성(회장 조석래, 57.4%), 동국제강(회장 장세주, 51.8%), 한진(회장 조양호, 51.2%) 등이 50%를 상회했다.
40%를 넘는 그룹도 금호아시아나(회장 박삼구, 48.1%), 동부(회장 김준기, 46.3%), LS(회장 구자열, 44.1%), 두산(회장 박용만, 44.1%) 등 4개였다.
차입금 의존도가 10% 미만으로 낮은 그룹은 에쓰오일(대표 나세르 알 마하셔)과 현대백화점(회장 정지선)으로 각각 9%와 9.9%에 불과했다.
10% 대로 아주 낮은 수준도 삼성(회장 이건희, 10.3%)과 영풍(회장 장형진, 11.8%) 2곳뿐이었다.
기업별로는 SK해운의 차입금의존도가 무려 86%에 달했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각각 77.8%, 70.8%에 달해 해운 3사가 나란히 `톱3`를 차지했다.
이어 대성산업(70.4%)→KT렌탈(69.6%)→대한전선(68.2%)→무림페이퍼(61.6%)→포스코플랜텍(61.5%)→한국가스공사(61.4%)→삼선로직스(60.0%) 등의 순이었다.
반면에 현대홈쇼핑, GS홈쇼핑, 에스원, 남양유업, 엔씨소프트, 신세계푸드, 강원랜드, 한전케이피에스, 유한양행, 아이마켓코리아, 신도리코, 대덕전자, 덕양산업, 한국니토옵티칼 등 14개사는 차입금이 전혀 없는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