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스노든에게 자료를 받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민간인 감시활동을 특종 보도한 영국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 기자가 근거가 된 자료를 모두 복사해 놨다고 21일 밝혔다.
그린월드 기자는 브라질 일간 `오 글로보`와 인터뷰에서 영국 정부가 지난 18일 연인 데이비드 미란다를 구금하고 소지품을 모두 압수했지만 미리 파일을 복사해놨기 때문에 잃어버린 자료는 없다고 말했다. 미란다가 압수당한 물품 중에는 스노든이 암호화한 컴퓨터 문서파일도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가디언도 최근 정부 압력으로 사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기했다.
그린월드 기자는 “모든 자료를 백업해 놨으며 이를 공개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 사건을 끈질기게 보도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미국 정부는 아직 스노든이 빼돌린 기밀자료의 전체 분량과 내용도 파악하지 못했으며 대응책 마련이 미흡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NBC뉴스는 20일 정보기관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스노든이 폭로가 나온지 2개월이 지났지만 NSA는 아직 스노든이 어떤 자료를 가져갔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NSA의 수장인 키스 알렉산더 국장을 포함한 정보기관 고위 관리들이 피해 규모를 파악했다고 장담했지만 실제는 이와 크게 다르다고 주장했다.
소식통은 정부가 스노든이 가져간 자료가 무엇인지 파악하느라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NSA의 피해규모 추산 능력이 `형편없다`고도 덧붙였다. 이들은 NSA가 자료 구획화 작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아 시스템 관리자였던 스노든이 자유롭게 다양한 자료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스노든이 NSA의 외주컨설팅업체인 부즈앨런해밀턴의 하와이 사무실에서 `신클라이언트 컴퓨터`(하드디스크나 없이 각종 프로그램을 네트워크로 연결된 서버로부터 받아 사용하는 업무용 PC)를 이용해 NSA 자료에 접근했다고 전했다. 이어 스노든이 공개하지 않은 자료에 `다섯 개의 눈`으로 불리는 미국과 영어권 동맹국(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이 수집한 정보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