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화학업계가 일제히 증산을 준비 중인 파라자일렌(PX)이 글로벌 경기불황의 탈출구가 아닌 덫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13일 정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연초 톤당 300달러를 넘어섰던 PX의 이익이 지난 5월 200달러 초반대로 떨어진데 이어 이번 달에는 182달러로 40%가량 폭락했다. PX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원료인 혼합자일렌(MX)이 필요한데 최근 MX 가격은 오르고 PX 가격이 내려 이익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PX는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의 원료물질로 PTA는 합성섬유(폴리에스터)와 페트(PET)병 등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PX 이익 하락에 따라 국내 최대 PX 생산업체인 에쓰오일은 지난 2분기 22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롯데케미칼과 현대코스모 등은 가격이 오른 MX 수급이 여의치 않아 감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PX 마진 축소로 정유·화학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그동안 이익을 안겨주던 PX 상승 사이클이 올해 하반기 이후 하락 사이클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원인은 우리나라 등 아시아 국가의 PX 공급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데 수요처인 중국의 PTA 공장 가동이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연간 생산 3200만톤 수준인 PTA 공장을 내년까지 4400만톤으로 증설할 예정이다. 3200만톤의 PTA 공장이 풀로 가동되려면 2000만톤의 PX가 필요하다.
중국의 PX 생산능력이 1000만톤 수준인 만큼 나머지 1000만톤의 수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불황에 따라 공장가동률이 70% 내외 수준이기 때문에 실제 수요는 500만톤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국내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코스모, 롯데케미칼, 삼성토탈, SK종합화학 등 정유·화학업체의 PX 생산능력 644만톤보다 적은 양이다.
국내 업체들은 2014~2015년까지 총 430만톤의 PX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증설이 완료되면 우리나라의 PX 생산능력은 1074만톤에 육박하게 된다. 따라서 경기침체가 내년까지 장기화된다면 PX 수요가 부족해 국내 정유·화학업체가 심각한 공급과잉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PX설비 투자는 10년 이상 장기적 관점에서 감행한 것이기 때문에 단기 시황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PX 생산량이 PTA 생산량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PX가 여전히 수익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는 중국 PTA업체들과 장기공급계약 등을 추진해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 등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