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서기를 맞아 정부서울청사도 찜통더위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공무원들은 섭씨 33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냉방기 없이 여름을 나고 있다. 시원하게 냉동시킨 얼음을 담아 목 주위에 감싸는 `쿨(Cool)팩`부터 USB 선풍기까지 여름을 나기 위한 묘책도 다양하다.
안전행정부가 위치한 정부서울청사에 에어컨이 가동된 것은 불과 3∼4회 정도다. 지난 7월 장마가 한창일 때 습도를 제거하기 위해 틀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외국에서 장관급 대표단이 안행부를 방문했다.
그런데 일행 중 한 명이 더위를 참지 못하고 투덜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입에 담지 못할 말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높은 온도에 불쾌지수까지 높았지만, 냉방장치가 가동되지 않은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소매가 있는 와이셔츠, 넥타이에 정장까지 차려 입었으니 얼마나 더웠을까. 그로서는 나라와 인종 차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었을 게 분명하다.
이쯤 되면 융통성 얘기가 나온다. 장관급 귀빈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라도 일시적으로 에어컨을 가동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의견이다. 청사를 방문한 외국 장관급들이 가질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생각해 보자. 그럴 리는 없지만,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북한과 우리나라를 도매금으로 동일시하는 시각도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물론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안행부 공무원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대통령이 에어컨을 틀지 않는데 우리가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것이다. 청와대가 청사관리에 관한 행동지침의 기준이 되는 형국이다. 이쯤 되면 더위에 약한 사람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박근혜정부가 최근 가장 강조하는 문구가 있다. 바로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최악의 전력난 속에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해 절전에 참가하는 것은 박수를 보낼 일이다. 하지만 국가 브랜드를 생각한 `에어컨 외교`도 생각해 볼 시점이다. 외부 손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의 레이저 눈빛을 두려워해 오늘도 청사에서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일상이 되고 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