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처럼 검고, 죽음처럼 강하며, 사랑처럼 달콤하다` 커피를 표현한 터키 속담이다. 더운 여름,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커피 전문점은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커피가 사랑받고 있는지 보여준다. 매일 아침 테이크아웃 커피를 손에 들고 출근하는 직장인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잠에서 깨지 않아 몽롱한 정신도 커피 한잔에 맑아진다.
에디오피아 양치기 소년이 붉은 열매를 먹은 양이 흥분해 뛰어다닌 것을 보고 발견했다는 커피. 이슬람 수도승이 정신을 맑게 하는 음료, 두통을 치료하는 약으로 마셨다는 커피는 오늘날 우리와 뗄 수 없는 친근한 음료로 자리 잡았다.
#1.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6일 우리나라 국민의 카페인 섭취 수준을 평가했다. 대부분 커피를 통해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중 커피믹스(조제커피)가 71% 수준으로 카페인 섭취의 1등 공신으로 떠올랐다. 커피전문점 커피, 캡슐 커피 등 커피침출액이 17%, 캔 커피 등 커피음료가 4%, 탄산음료 4%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시중에 유통 중인 코코아·커피 등 원료를 사용한 카페인 함유 식품 361개 제품 성분 분석 결과, 커피믹스(8134.3㎎/㎏)가 카페인 함량이 가장 많았다. 이어 커피 침출액(677.8㎎/㎏), 탄산음료(167.6㎎/㎏), 혼합음료(131.4㎎/㎏), 액상차(117.6㎎/㎏) 순이다. 식약처는 “카페인은 피로를 덜 느끼게 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과다 섭취 시 불면증, 신경과민 등 부정적 작용이 있다”며 “어린이나 청소년이 카페인에 과다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커피 속 카페인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2. 사람이 활동을 많이 하면 뇌에 아데노신이 생성돼 피로를 느낀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 따르면, 아데노신은 신경세포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해 세포 활동을 둔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런데 커피를 마시면 아데노신 대신 카페인이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한다. 카페인은 아데노신과 달리 신경세포 활동을 방해하지 않고 활발히 움직이게 한다. 신경 자극 물질인 도파민 분비에도 카페인이 영향을 미친다. 카페인은 수용체와 결합해 졸음을 느끼지 못하게 하고 신경을 깨워 각성 효과를 준다.
카페인은 항이뇨 호르몬 분비도 억제한다. 커피를 마시면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항이뇨 호르몬은 뇌 시상하부에서 분비돼 소변의 양을 조절한다. 항이뇨 호르몬 분비가 많으면 우리 몸에 수분이 적다는 것으로 인지해 배출되는 소변 양을 줄인다. 카페인이 항이뇨 호르몬을 억제하면 몸에 수분이 많다는 것으로 인지시켜 신장 활동을 촉진하고 소변 양이 많아지는 원리다.
#3. 잠을 깨우고 정신을 맑게 한다는 이유로 수험생 등 청소년이 커피를 찾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에 나쁘다는 이유다. 전문가도 가급적 성장하는 청소년이 커피나 과도한 에너지 드링크로 카페인 과다섭취를 피해야한다고 지적한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카페인은 체내에 흡수돼 이뇨 작용을 촉진하는데 이 과정에서 체내 노폐물과 함께 무기질이 배출된다”며 “카페인 섭취가 늘면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무기질인 칼슘도 함께 빠져나간다”고 설명했다.
우리 몸은 뼈에 저장된 칼슘을 가져와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데, 카페인 과다 섭취로 칼슘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뼈 건강에 위험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골밀도가 저하되고 뼈에 구멍이 뚫리거나 쉽게 부러지는 등 골절 질환의 원인이 된다. 성장 중인 청소년 발달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카페인 각성효과로 청소년이 충분한 숙면을 취할 수 없다면 성장 발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카페인을 포함하고 있는 녹차는 사정이 좀 다르다. 녹차 속 카테킨은 카페인과 결합해 위장에서 카페인이 빠르게 흡수되는 것을 막는다. 차를 마셨을 때 실제 양에 비해 몸에 흡수되는 카페인 양은 줄어든다. 데아닌도 카페인 때문에 상승된 신경전달 물질을 억제해 흥분을 가라앉히고 혈압저하 작용을 한다. 청소년에게 커피 대신 녹차를 권장하는 이유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