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프런티어]테스칸코리아

머리카락 굵기의 10억분의 1 세상. 바로 나노의 세계다. 정보기술(IT)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나노의 세계는 이미 우리 삶 가까이 성큼 다가왔다. 반도체는 이미 10나노대로 접어들었으며 디스플레이에도 나노 기술이 확산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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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칸코리아 직원들이 공대실험실과 기업 연구소, 생산라인 등에 이용되는 전자현미경을 소개하고 있다.

나노의 세계를 보는 창이 바로 전자 현미경이다. 기존 광학 현미경으로는 나노 단위로 정밀하게 관찰하기 어렵다. 나노 기술이 발달할수록 전자 현미경 시장은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테스칸코리아(대표 김재환)는 전자 현미경 공급업체다. 체코의 전자 현미경 제조 강소기업 테스칸의 한국 영업을 맡고 있다. 체코는 인접국 독일의 영향을 받아 광학 기술이 매우 발달했다. 전자 현미경을 세계 최초로 상업화한 국가가 바로 체코다. 체코 제2의 도시 브르노는 광학 클러스터로 유명하다. 테스칸은 체코 전자 현미경 업체 중 가장 빼어난 기술력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과거 산업 현장에는 광학 현미경이 주로 쓰였지만, 나노 단위의 첨단 소재부품을 다루면서 전자 현미경의 중요성은 매년 커지고 있다. 광학 현미경은 1000~2000배 확대해 관찰할 수 있지만, 전자 현미경은 무려 100만배까지 가능하다.

전자 현미경은 주사 방식과 투과 방식으로 나뉜다. 테스칸은 주사 방식 전자 현미경을 주로 생산한다.

테스칸코리아는 테스칸뿐 아니라 여러 글로벌 회사와 협력 관계를 맺고 전자 현미경 관련 장비를 수입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테스칸코리아 매출은 100억원에 불과하지만, 두 자릿수 영업이익을 유지할 정도로 알짜 회사다. 전자 현미경 매출 비중이 75%이며, 전처리 장비 등 품목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테스칸코리아는 전자 현미경 수입 사업에서 벗어나 전처리 장비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 중국 등 해외시장을 공략해 내수 중심의 사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국내 여러 대학과 협력해 전자 현미경 전처리 장비를 개발 중이다. 전자 현미경은 어느 정도 국산화됐지만, 전처리 장비는 전량 해외 기업에 의존한다. 테스칸코리아는 이 틈새를 노려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김재환 사장은 “IT 산업이 발전할수록 전자 현미경 기술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우리 회사 성장뿐 아니라 한국 IT산업이 발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환 테스칸코리아 사장

김재환 사장은 사회 생활 초년병 시절부터 지금까지 전자 현미경과 함께 해온 인물이다. 그가 전자 현미경을 처음 접한 것은 1980년대 중반 일본 무역회사에 취직하면서다. 이후 유럽 회사로 이직했지만, 전자 현미경과의 끈을 놓지 않았다.

1997년 외환위기(IMF) 때 대일교역이라는 작은 회사를 창업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자 현미경 업계에서 쌓은 인맥이 큰 도움이 됐다.

“그 때 사람이 제일 큰 자산이라는 말이 실감나더군요. 눈앞의 이익보다는 신뢰 관계가 더 중요합니다. 지금도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매일 다짐합니다.”

김 사장이 테스칸과 인연을 맺은 것도 사람 덕분이다. 지난 2002년 평소 친하게 지내던 미국 엔지니어와 이야기하면서 테스칸 제품의 우수성을 알게 됐다. 그는 연락처를 수소문한 뒤 바로 테스칸으로 연락했다. 김 사장의 용기에 테스칸 경영진은 깊은 감명을 받았고, 인연은 지금까지 끈끈하게 이어지고 있다.

김 사장 덕분에 테스칸의 한국 사업도 급속도로 커졌다. 현재 테스칸 매출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두 자릿수에 가깝다.

“일한 만큼 대우받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직원들이 지금처럼 열심히 일하면서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면 바랄 게 없습니다.”

김 사장의 소박하지만, 굳은 의지를 분명히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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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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