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세계 경제 속에서 강소기업의 뒷받침으로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독일 배우기가 한창이다.
틈새시장에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하고 선순환 구조의 인적 자원 공급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오늘의 독일을 일군 비결이다. 독일 산업의 한 축에는 이러한 시스템을 근간으로 하는 `전향적인` 에너지 정책이 있다.

독일의 연평균 일조시간은 1500시간 내외다. 우리나라 2200시간보다 적다. 그럼에도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내는 전력생산량이 2012년 기준으로 전체의 22%를 차지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5%에 불과하다.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전력공급 구조다. 독일은 화력 및 원자력 발전으로 일정한 전력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전력 수요가 몰리는 낮 시간 피크 수요를 태양광과 풍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로 충당한다. 여름뿐 아니라 겨울에도 전력대란을 걱정하고 화석 연료 및 원자력 발전 의존도가 높아 피크 수요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 어려운 우리로서는 독일의 에너지 조달 방식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사례처럼 우리도 `적극적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검토할 시점이 됐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조선·자동차·반도체를 잇는 우리나라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형성을 위해 산업 초기 단계에서는 정부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 없는 이야기다. 시작만 해놓으면 1석3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은 이미 상당한 투자로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기업에 신재생에너지 분야 국내 시장 제공은 사업기회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시장 형성은 곧 국내 신재생에너지 설비 건설을 의미한다. 피크 수요를 능동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전력 공급 인프라가 구축된다는 얘기다. 국민에게는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동시에 청정한 자연환경까지 보장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돈`이다. 정부는 국가 안보차원에서 `통 크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신재생에너지 R&D 투자를 바탕으로 한 국가 에너지 인프라 구축은 전력난과 환경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이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소가 피크전력 공급을 담당하게 되면 천연가스 발전소 역할을 대신할 수 있기에 투자 가치는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불가피하게 농업 및 어업 분야 면세유 지원금, 도서지역의 발전차액 보조금을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특히 도서지역은 태양광과 풍력, 연료전지, 에너지저장 복합발전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현행 경유로 생산하는 비싼 전기 대신 저렴하면서도 친환경인 전기로 대체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확대하려면 관련 기술 경쟁력 확보는 필수다. 사용료가 저렴하면서 고효율을 얻을 수 있는 관련 기술을 개발하면 소규모 생산시설에서도 전기를 대량생산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탄탄히 가져가기 위해서는 창조성을 바탕으로 하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미련하거나 무모해 보였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속적인 R&D 투자와 인력양성을 통해 독일의 강소기업이 얻은 성과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기술 축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 판단과 선택이 필요한 시점에 지금 우리가 서 있다.
황주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 joohohwang@kier.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