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빅데이터 쟁탈전, 국내 업체가 설 자리는 없는가

빅데이터 쟁탈전, 국내업체 설자리 있나

국내 빅데이터 시장이 외산 IT 기업들의 독식 무대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높다. 일부 영역에서 국내 업체들도 성과를 올리기는 하지만 소위 돈 될 만한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토종 기업들이 맥을 못추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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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삼성전자가 빅데이터 도입에 나선데 이어 현대기아차, 포스코 등도 관련 프로젝트 준비에 나섰다. 이 외에도 다양한 산업군의 주요 기업들이 빅데이터 대열에 합류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대형 수요 기업들의 잇딴 움직임은 시장 확산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솔루션으로, 어떻게 프로젝트를 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삼성전자의 경우 수개월에 걸쳐 진행된 빅데이터 개념검증(PoC) 작업에 오라클, EMC, IBM, 테라데이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격전을 벌였다. 포스코, 현대기아차 프로젝트에도 역시 이들 외산 업체들간 한바탕 격렬한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업계에서는 어떤 기업이 낙점될 것이라는 후문까지 돌 정도다. 현재 상황대로라면 대형 빅데이터 프로젝트는 외산 솔루션 업체들의 잔치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초기…국내업체도 희망은 있다”

최근 외산 업체들의 빅데이터 시장 선점을 위한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 졌다. 지난 몇 년간 쏟아부은 개발 및 마케팅 투자 비용을 이제는 거둬들여야 할 시점이 왔다. 너도나도 총력전이다.

이미 국내 시장 지배력이 높은 오라클, IBM, EMC 등의 글로벌 기업 외에도 빅데이터 관련 신생 업체들도 줄이어 국내에 입성하고 있다. 호튼웍스, 맵알, 스플렁크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많은 국내 기업들이 지난 1~2년간 이들 업체를 불러 시범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 이러한 글로벌 IT업체들도 국내에서 이렇다할 `빅` 사례를 확보하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을뿐 아니라 실제 이들 업체의 솔루션을 도입해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정은 한국정보화진흥원(NIA) 빅데이터전략연구센터 부장은 “`빅데이터`라는 트렌드 자체가 해외에서 시작된 것이라 사실상 글로벌 IT 기업들이 노하우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빅데이터는 인프라와 기술보다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에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국내 시장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국산 업체들에게 유리한 점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대우 한국외대 통계학과 교수는 “빅데이터 분석이라 할 수 있는 자금세탁방지(AML) 분야의 경우 최근 외산 솔루션보다 국산 솔루션이 더 주목을 받고 있다”며 “이처럼 초기 빅데이터 시장에선 외산 솔루션이 더 관심을 받을 수 있지만 향후에는 국내 기업의 솔루션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픈소스 활용으로 도입비용 낮추자

국산 업체가 자본력을 가진 글로벌 IT기업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해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국산 업계가 빅데이터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필승 전략이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저비용 구조로 가야 한다. 빅데이터 개념은 비용대비 효과를 고려해 비정형·정형 데이터를 수집·정제·저장하고, 이를 분석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통찰력을 얻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IT 기업이 제시하는 빅데이터 저장 및 분석 아키텍처는 비용관점에서 빅데이터 본래 의미와는 거리가 있다. 이들 솔루션을 도입하려면 수 천만원의 분석 엔진에다 인프라, SW까지 수억원이 소요된다.

이정민 한국MS 이사는 “하둡, R 등 기존 오프소스를 활용해 저렴하게 빅데이터를 수집, 분석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더 나아가 분석 컨설팅에 집중해 낮은 비용으로 빅데이터를 도입 활용하고자 하는 로엔드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국산 업체들에겐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픈소스는 이미 오라클, IBM 등 글로벌 기업들도 활용할 정도로 빅데이터 분석에 최적의 대안기술로 꼽히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는 KT넥스알, 그루터, 클라우다인 등이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빅데이터 시장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업체들과 연합전선으로 시장에 대응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 하둡 기반 솔루션을 보유한 국산 업체와 외산 업체의 공조도 최근 눈에 띈다. SAS코리아와 KT넥스알, 그루터 등의 협력이 대표적이다. SAS코리아는 이들 업체와의 협력으로 국내 시장에서 안정적인 하둡 기술 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 국산 업체들은 통계 분석 시장에서 강자인 SAS코리아와의 협력으로 대기업 고객의 접근이 보다 용이해 졌다. SAS코리아는 개인정보 로그 데이터 관리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엔소프테크놀러지와도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강점 분야에 집중하라

국산 IT 업체가 빅데이터 시장 영역 가운데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시각화(Visualization)`가 꼽힌다. 대량의 데이터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그 속에 숨어있는 유의미한 정보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분석 결과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즉 적절한 시각화가 필요하다. 국내 기업용 사용자인터페이스(UI) 시장이 국산 업체 위주로 형성돼 있는 것만 보더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 분야 대표 기업인 투비소프트의 경우 빅데이터 시각화 UI 컴포넌트를 추가 개발하고 있으며, 하둡, R과의 연계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박정은 부장은 “빅데이터가 활용 가능하게 된 것이 IT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국내 기업들이 국내 사업 현황과 경영 현황 등을 보다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컨설팅 등의 역량을 키워가는 것도 대항력을 높이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빅데이터 에코시스템 마련 필요

국산 업체들이 빅데이터 시장에서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선 정부가 초기 빅데이터 시장에서 `에코시스템(생태계)`을 조성해 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오픈소스 기반 빅데이터 시장에 진출해 있는 IT업체들은 영세하다. KT넥스알을 제외하곤 10인 이하 규모가 대부분이다. 기존 국내 SW 업체들도 빅데이터 시장으로 신규 진출할 여력이 충분치 않다.

이에 정부가 앞장서 국내 업체들이 시장에서 제 역할을 찾아가며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에코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가령 빅데이터 활용 주체와 분석 역량을 가진 컨설팅 업체 등과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이들이 빅데이터 사업을 추진할 때 일부 프로젝트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가 오프소스 기반 빅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핵심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이미 빅데이터 전문가 및 기업 육성 전략 등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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