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성, 콘텐츠가 만든다]인터뷰 김종민 콘텐츠공제조합 설립추진위원장

“우리나라 경제가 국민소득 2만3000만달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에는 4만달러를 바라봅니다. 경제와 동시에 추구해야 할 게 행복입니다. 행복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경제부흥과 행복이 함께 가려면 촉매 역할을 하는 게 문화입니다. 그래서 문화융성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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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했던 김종민 콘텐츠공제조합 설립추진위원장은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여는 데 꼭 필요한 것이 문화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이 행복해지고 이를 경제적 발전으로 이끌 수 있는 문화융성 실현 가능성에 “일단 조짐은 좋다”고 평가했다. 역대 정부 가운데 지금이 문화융성을 가장 잘 정책적으로 펼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이 누구보다 문화의 본질을 잘 꿰고 있고 어려움에 처한 중소 콘텐츠기업의 사기진작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한류에 관심이 커지고 문화가 산업이 될 수 있는 분위기도 무르익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경제와 산업적 측면에서, 또 국민인식에서 개선할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융성 실현 방안으로 제일 중요한, 비교 우위에서 경쟁력이 탁월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관건으로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면 예술가의 창작 자유와 함께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창작자가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창작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은 이를 위한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먹구구식으로 유통되는 콘텐츠를 기술과 접목해 공급하는 체계 정비도 시급하다고 했다.

잘 만들어진 창작 콘텐츠를 합리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급격히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서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화융성에는 다양성 확보도 시급한 과제다.

그는 “단순히 콘텐츠 업체의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개별 국민이 입맛에 맞는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창작 콘텐츠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역시 생산에서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려면 제 값을 주고 문화를 향유하는 공공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오는 9월 만들어질 콘텐츠공제조합은 문화 다양성을 확보하는 하나의 통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영세 콘텐츠기업에 마중물 같은 자금을 부어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 콘텐츠가 창조산업으로 옷을 갈아입는 데는 영세 콘텐츠 기업의 `돈맥경화` 현상도 풀어야 할 과제다. 그 해결의 단초가 공제조합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화 콘텐츠 기업 상당수는 자금이나 기업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려면 파이낸싱이 필요한데 금융은 만져지지 않는 게임개발이나 뮤지컬, 캐릭터 같은 소프트웨어에 투자를 꺼립니다. 이는 금융권이 부동산이나 제조업 등 딱딱한 하드웨어에만 투자하는 관행 때문입니다.”

그는 그런 점에서 콘텐츠 공제조합은 금융요율을 낮추고 기존 신용체계에서 콘텐츠 창작물의 신용을 인정해 주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콘텐츠공제조합의 투자재원 조달 부분에서는 한류 수혜를 입은 기업이 콘텐츠 기업이 도와줘야 한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류 콘텐츠가 성공하면 국가 이미지가 좋아지고 재화와 서비스 판매가 늘어난다는 모호한 설득보다 투자 기업에 그만큼 보상이 이뤄져야 실질적 참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콘텐츠산업 생태계가 선순환하려면 상생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바다 생태계를 보면 플랑크톤-새우-작은 물고기-큰 물고기-고래가 선순환하기 때문이다”며 “플랑크톤이 없으면 고래가 없듯 콘텐츠 세계도 빛 못 보는 창작자, 고생하는 기업이 있어 대기업이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콘텐츠 산업이 고위험 고수익 구조라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걸어온 지난 반세기 동안 압축성장한 한국경제와 유사하다”며 “그간 우리경제가 압축 성장을 위해 밀어줬던 자동차·조선·철강·반도체 산업을 정책적으로 밀어줬듯 국가와 공공 분야에서 콘텐츠 투자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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