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성 콘텐츠가 만든다]끝이 창대한 콘텐츠 상생이 답이다

`문화융성은 창조경제의 토대가 될 수 있으며 문화는 다른 산업에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더해주는 21세기 연금술이다.”

“문화는 과학이나 정보기술(IT), 그리고 전통산업과 결합해 창의성을 만드는 요체로 영국도 비틀스나 해리포터와 같은 문화의 힘이 영국 경제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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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 진흥원 주최로 콘텐츠공제조합 발대식과 토론회가 개최됐다. 영세콘텐츠기업의 자금조달에 숨통을 터줄 목적으로 만들어질 콘텐츠공제조합은 오는 9월 설립 예정이다.

“우리 문화산업의 가능성은 K팝이나 드라마 등 한류의 성공으로 이미 입증되고 있다”

“이제 문화산업을 발전시켜 우리 경제의 새로운 견인차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문화융성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며 던진 말이다.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기조 가운데 큰 틀인 문화융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관심만큼 문화의 뿌리이자 줄기인 콘텐츠 산업 기반은 아직 미약하다. 문화의 기본 특성인 다양성과 독창성 확대를 위해서라도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한 상황이다.

◇성공의 출발은 미약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핀란드 로비오의 `앵그리버드`, 조엔 롤링의 `해리포터`, 선데이토즈의 `애니팡`이 가진 공통점은 바로 작게 출발해 대박을 터뜨린 국내외 콘텐츠라는 점이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성경 문구처럼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한 사례들이다.

하지만 이는 우연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싸이는 강남스타일을 만들기까지 수많은 곡을 내놨고 다양한 공연 스타일을 시도했다. 수십, 수백차례의 시도를 거치며 일궈낸 실험과 도전이 싸이를 글로벌 스타로 키웠다. 유튜브에서 자신의 곡을 알리는 시도 역시 이 일환이었다. 강남스타일은 유튜브를 타고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세계적 열풍을 만들어냈다.

로비오의 `앵그리버드`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례는 아니다. 2003년 창업한 로비오는 대기업 하청 게임 개발업체로 출발했다. 하청에 머물던 로비오는 자신만의 콘텐츠가 없으면 수익에 한계가 있다는 걸 절감하고 자체 게임 개발에 매달렸다. 2009년 파산직전까지 몰렸던 회사를 살린 게 바로 앵그리버드다.

끊임없는 시도와 실험이 빚어낸 결과물이자 콘텐츠산업의 특징이기도 하다. 수많은 물방울이 모여 강을 이루듯 작은 시도가 있었기에 글로벌로 향하는 다리가 놓였다.

캐릭터 업체 관계자는 “콘텐츠 산업에서 성공 뒤에는 이름 모를 기업과 사람들의 땀과 열정이 있다”며 “성공 프로젝트가 나오는 데는 이들의 공헌도 컸다”고 말했다.

◇콘텐츠 산업 상생해야 성공

그런 점에서 한류가 세계에 뿌리내리고 수출 산업으로 자리잡으려면 상생이 이뤄져야 한다고 현장 콘텐츠 전문가는 입을 모았다.

열악한 현실 개선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콘텐츠 산업의 다양성과 독창성을 기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경남 한국음반산업협회장은 “메이저 기업에서만 혁신적 콘텐츠가 나온다는 것은 환상”이라며 “영세한 콘텐츠사업자에서도 충분히 좋은 콘텐츠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소수 기업에 의해 이뤄지는 산업은 오래 이어갈 수 없고, 아직은 영세한 99% 기업에도 볕이 들어야 시장이 형성되고 산업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 첫 단추가 콘텐츠공제조합과 콘텐츠코리아랩 같은 인프라”라고 제시했다. 특히 영세 콘텐츠기업에 직접적 수혜가 기대되는 콘텐츠공제조합의 위상과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태봉 문화콘텐츠라이센싱협회장은 “우리나라 농업인구가 4%인데 예산은 수십조원을 쓴다”며 “1% 국민이 종사하는 콘텐츠 산업 투자 금액은 3000억원 안팎에 그치고 있어 정부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콘텐츠산업 홀대에 울분마저 섞여 있다.

조 회장은 콘텐츠공제조합 설립에 대해 “자금난에 허덕이는 영세 콘텐츠 기업을 돕는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내비쳤다.

◇공제조합, 제대로 도움되려면

하지만 콘텐츠공제조합 역시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지적도 함께 내놨다.

조태봉 회장은 “콘텐츠공제조합이 영세기업의 자금 고충을 수용하기에는 재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오는 2016년까지 1000억원을 조성하는 게 목표인데 이는 대작 영화나 드라마 제작 몇 편만해도 바닥이 드러나는 규모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우리나라 영화 평균 제작비용이 18억원이 넘는 것을 고려하면 20여편만 찍어도 1000억원을 훌쩍 넘긴다. 드라마 한 편 제작 비용이 5억여원으로 20회 시리즈면 100억원 이상 소요된다. 수십 편 시리즈 드라마 제작비용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공제조합기금 운용이 신용보증과 융자 중심이어서 승수효과를 고려하면 1조원에 이르지만 부실 자산 발생을 염두에 두면 쉽게 재원이 바닥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조 회장은 “중국도 공제기금 부실화에 대비해 콘텐츠를 담보로 하고 있다”며 “공제조합도 콘텐츠를 담보로 설정해 재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중형 기업과 소기업, 장르별로 구분해 기금을 운용하는 것도 업계가 제시하는 주장이다.

박진성 한국뮤지컬협회 사무국장은 “콘텐츠 산업은 장르와 기업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기금 부실을 최소화하고 혜택도 고르게 나눌 수 있도록 장르와 규모별로 기금 운용이 다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영세기업은 공제조합 기능이나 역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경남 한국음반산업협회장은 “소수 메이저를 제외한 음원제작자는 자금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정보 획득과 문서작업에서 공제조합에 접근하기 어렵다”며 “홍보 역시 중요하다”고 밝혔다.

콘텐츠 산업을 향한 금융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캐릭터 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 금융권은 무형자산의 가치평가가 없다”며 “월 1000만원 임대소득을 올리는 건물 가치가 20억원인데 비해 캐릭터가 이보다 많은 수익을 올려도 담보가치는 0원”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금융권이 예대마진에만 목을 매달고 하드웨어에 초점을 맞춘 대출과 투자정책을 펼치면 소프트웨어인 콘텐츠 산업의 미래는 없다”며 “국민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부나 금융권, 대기업이 콘텐츠 산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