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통신-방송 700㎒ 논쟁, "통신 쪽 `급한 불` 논리 우세"

통신vs방송 700㎒ 주파수 어디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700㎒ 공동 전담연구반이 가동되면 유휴대역을 차지하기 위한 통신업계와 지상파 방송사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사실상 두 부처 합의가 최종 결론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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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와 지상파 방송사는 각자 논리를 내세우며 700㎒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쪽 모두 차세대 서비스에 쓸 주파수 부족을 호소한다. 따라서 통신과 방송 중 주파수 부족 현상이 심각한 쪽으로 용도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초고선명(UHD) TV 서비스 이외 별다른 논리를 내세우지 못하는 방송사보다는 통신용 할당 주장이 근거가 우세하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통신사, “모바일 광대역 주파수 국가 차원에서 확보해야”

통신업계는 이동통신용 주파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700㎒ 할당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모바일 광개토플랜2.0` 등 중장기 주파수 정책 시행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700㎒ 나머지 대역 역시 통신용으로 할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통용 주파수 부족은 한 두 해 지적되어온 사항이 아니다. 미래부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 트래픽은 2009년 11월 333테라바이트(TB)에서 2013년 4월 기준 6만779TB로 무려 183배나 늘었다.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 멀티미디어 재생이 가능한 모바일기기가 확산된 탓이다.

이 같은 증가세는 앞으로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시스코는 최근 2015년까지 연 평균(CAGR) 92% 수준으로 무선 트래픽이 증가할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용 주파수 발굴을 위한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군용 등 공공목적으로 쓰는 주파수가 산재해 있어 이를 회수해 재배치하는 정책이 적기에 진행되기 어렵다. 재배치 결정이 이루어져도 클리어링 작업 등 만만치 않은 과정이 남아있다.

통신업계는 700㎒ 유휴대역 통신용 할당으로 일단 앞에 닥친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정부 방통위 시절 700㎒ 연구반에 참여한 한 교수는 “굳이 통신사 서비스용이 아니더라도 재난안전망, 철도망 등 수많은 통신 주파수 수요가 700㎒를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700㎒를 방송용으로 할당하려면 이 같은 요구를 넘어설 근거들이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UHD·DTV·공익성...방송용 할당 논리 미약

지상파 방송사는 3D방송, UHD방송, DTV 난시청 해결 등을 위해 700㎒ 할당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UHD방송은 아직 시기상조로 평가된다. 이제 막 HD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MMS, K-뷰)나 UHD 서비스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컨버터 추가나 디스플레이 교체가 필요해 보편적 서비스가 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도 고려해야 한다.

DTV 주파수가 미국 등에 비해 적다는 주장도 실제와 다르다. 미국 DTV 대역으로 알려진 300㎒ 폭은 VHF 대역에 있는 예비대역을 합산한 수치다. 우리나라 역시 DTV 예비대역을 확보한 상태로 이를 고려하면 DTV 대역폭은 동일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DTV 대역폭이 상대적으로 좁아 보이는 이유는 이동수신 보장을 위해 일부 대역을 지상파 DMB에 할당했기 때문이다. DMB 서비스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성화된 국내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올 10월까지 DTV(470~698㎒)에서 기존 1200개보다 훨씬 많은 1825개 채널을 확보해 변경허가할 계획으로 DTV 채널이 모자랄 것이라는 주장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

지상파 방송사가 꺼낸 주파수 공공재 카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주파수는 수익수단이 아닌 시청자를 위한 공공자산인데 이를 통신용으로 경매할 경우 요금 상승을 야기해 가계비 부담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방송사가 700㎒할당 근거로 내세우는 UHD 서비스는 1000만원 이상 고가의 디스플레이 확산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통신요금 상승이 있다 해도 이보다 더하진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부에서 내세우는 700㎒ 무선마이크 혼·간섭도 방송용 할당을 위한 충분한 논거가 되지 못한다. 간섭문제는 계도 등을 통해 제거하면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 “주파수에는 주인이 없다” 통신용에 무게

전문가들은 지상파 방송사가 700㎒ 방송용 할당을 주장하는 핵심 이유로 이 대역 기존 사용처가 방송사였다는 점을 꼽는다.

미래부에서 700㎒ 논의에 참가해 온 한 교수는 익명을 전제로 “방송사들이 기존에 가진 대역을 빼앗긴다는 박탈감이 심한 것 같다”며 “700㎒는 통신용으로 쓰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로 방송사들이 가져가봤자 쓸 수 있는 기술도, 비전도 전무한 상태”라고 말했다.

장비 등에서도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없어 이 대역이 방송용으로 할당될 경우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다른 교수 역시 “주파수에는 주인이 없는데 방송사들이 기존 사용 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모적인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미래부와 방통위가 공동 전담연구반 단계에서 이 같은 논쟁을 수면 위로 꺼내 공개 논의할 필요가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 주파수 정책에 관여해 온 정부 고위 관료는 “통신과 방송의 대립각이 수면 아래에서만 전개되면 평행선이 이어질수 밖에 없다”며 “공개된 자리에서 서로 논쟁하며 상대의 부족한 논리를 깨부셔야 빨리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700㎒ 정책 일지

#2008년 12월 방송통신위원회 `디지털TV 전환 세부 채널배치 계획` 의결. 아날로그TV용 700㎒ 회수 결정.

#2012년 1월 방송통신위원회 `모바일 광개토플랜` 의결. 회수된 700㎒ 대역 108㎒ 중 40㎒ 이동통신용으로 우선 배정.

#2012년 12월 아날로그TV 종료. 700㎒ 회수

#2013년 8월 700㎒ 유휴대역 용도 결정위해 미래부-방통위 공동 전담연구반 운영(예정). 연말까지 용도 결정.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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