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에 섰던 금융 감독 체계 선진화 방안이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 분리 없이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만을 독립기구화하는 선에서 봉합됐다. 금융행정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겠다는 당초 의지에서 상당 부분 후퇴해 감독기관을 하나 더 만드는 데 그쳤다는 평가다. 벌써부터 일부 시민단체와 학계, 정치권까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흘러나왔다.
금융위원회가 23일 내놓은 금융 감독 체계 개편안 핵심은 내년 상반기까지 금융소비자보호를 담당하는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떼어내 금감원과 동등한 힘을 지닌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 내부 조직이었던 금융소비자보호처가 금융소비자보호원(이하 금소원)으로 승격해 독립기관이 된다. 금소원은 원래 업무인 금융소비자 보호업무뿐 아니라 국민행복기금이나 미소금융, 불법 사금융 단속, 대부업 검사 등 서민금융 부문 업무도 담당한다. 이 때문에 업무 영역 상당부분이 금감원과 중복되거나 모호하다. 금융권은 벌써부터 시어머니가 두 명이나 생겼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는 금감원과 금소원 두 기관이 공동 검사를 하도록 했지만, 예외 조항을 들어 금소원이 단독 검사권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금융회사는 두 기관의 감독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을 둘로 쪼개고, 옛 재무부 관료 출신(모피아) 자리를 더 만들려는 꼼수”라며 “감독 기관 하나를 더 모시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이중 규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설립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재원 마련과 다른 기관의 반발도 수면위로 부상했다. 금감원은 금소원 분리 시 5년간 약 1조원의 재원이 든다고 추정했다. 정부와 한국은행, 금감원, 금융회사 출연금 등으로 조달이 가능하다고 공언했지만 두고 봐야 한다.
단독검사권을 둘러싼 한국은행의 반발도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수년간 단독검사권을 달라며 정부에 요청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금소원에 단독 검사권을 부여하게 되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것. 한국은행이 별도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지만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관측이다.
조직 분리에 따른 업무 중복과 공백도 커질 수밖에 없다. 과거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처럼 정권이 바뀌면 또다시 통합 대상이 되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위는 이번 개편으로 소비자 보호를 전담하는 금소원이 생기면 고객에게 불리한 금융거래 약관이나 과도한 대출이자 같은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와 학계는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찍은 독립 기구 설립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며, 정책과 감독의 기능을 분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학계와 일부 야당 의원들은 정책·감독 기능 분리까지 포함해 감독체계 개편 방법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정무위원회가 특위를 구성해 금융위의 안을 백지화하고 새로 논의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금감원 노조도 성명서를 통해 이번 개편안은 반쪽짜리 방안이며,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