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인간은 땅속을 파헤쳐 연료를 얻었습니다. 석탄·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에너지를 얻어온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에는 이 흐름에서 벗어나 신·재생에너지를 근간으로 에너지 패러다임으로 전환이 강하게 요구되는 추세입니다” 조은애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료전지연구센터 박사는 “지난 몇 년간 국내에서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정부와 기업의 기술 개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많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 중 `연료전지`는 현 상황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석연료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해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라는 게 조 박사의 설명이다.
◇연료전지는 고효율·청정 발전장치
일반적인 발전기는 석탄, 천연가스, 휘발유, 경유 등의 연료를 연소시켜 이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여 전력을 생산한다. 반면 연료전지는 수소가 주 연료이며 수소를 전기화학적으로 공기와 반응시켜 전력을 생산한다. 따라서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 연료를 연료전지에 사용하려면 일단 일반 연료를 수소로 변환시키는 장치가 필요하다.
연료전지에 의한 전기화학적 발전 방식은 기존 방식에 비해 효율이 높아 같은 양의 연료를 사용하더라도 더 많은 전력을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할 때 기존 발전기에 비해 연료전지를 사용하면 연료가 적게 소모된다. 이에 따라 화석연료를 사용하더라도 기존 발전기에 비해 연료전지로 발전할 때 CO2의 발생이 저감된다.
또 연료전지는 청정 발전장치이기도 하다. 석탄, 천연가스, 휘발유, 경유 등의 연료를 사용하더라도 연료전지에 공급하기 위해 수소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황성분 등 불순물들을 미리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SOx 등 대기오염 물질의 배출이 매우 적으며, 기존 발전기에 비해 작동 온도가 매우 낮아 공기 사용에 의해 발생하는 NOx 배출양도 적은 장점이 있다. 기존 발전기에 비해 소음도 작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태양에너지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여 물로부터 수소가 쉽게 제조되는 미래에는 연료전지가 수소를 전기로 변환하는 가장 효율적인 발전 장치로 사용될 것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확보되기까지는 화석연료로부터 수소를 제조하여 연료전지에 공급하는 것이 제일 가격이 낮아, 당분간 연료전지에 필요한 수소는 화석연료에서 공급될 것이다.
◇연료전지 적용 사례
연료전지 자동차는 현재 국내에서 100대 정도가 시범 운행 중이며, 현대자동차는 올해부터 1000대 규모로 소량 양산을 개시해 오는 2015년이면 연간 1만대 규모로 양산한다. 1㎾급 가정용 연료전지는 국내에 500기 정도가 시범 보급되었으며, 건물용 5~10㎾급 연료전지도 퓨얼셀파워, GS퓨얼셀, 효성중공업 등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급 연료전지 발전소도 포스코에너지에서 생산해 발전을 하고 있다.
◇연료전지, 상용화의 문제점 극복해야
연료전지 자동차가 일반 화석연료 차와 같이 대중적으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경제성이 담보돼야 한다. 연료전지 자동차는 2006년 한 대에 10억원이던 것이 현재 1억5000만원까지 가격이 낮아졌으며, 상용화를 위해서 일반적인 자동차와 비슷한 5000만원 이하로 낮아져야 한다. 연료전지 자동차 가격이 높은 이유는 연료전지 엔진 자체와 부대장치 비용이 아직 비싸기 때문이다.
내구성도 숙제다. 연료전지 자동차 수명은 일반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10년 이상이어야 한다. 현재 기술 수준은 6년 정도이다. 연료 전지 자동차 내구성은 연료전지 핵심 구성요소인 촉매와 멤브레인의 내구성에 좌우되며, 이들 구성요소의 수명 향상이 필요하다.
이밖에 일반 자동차가 휘발유를 주유하듯, 연료전지 자동차도 연료인 수소를 일반 주유소와 같은 수소충전소에서 자유롭게 충전하여야 편리하게 먼 거리도 다닐 수 있다. 즉 연료전지 자동차를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현재 주유소와 같은 수소 충전소가 설치돼야 한다. 이런 수소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경제성과 내구성 문제는 비단 연료전지 자동차의 상용화에도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연료전지 발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즉 소용량 가정용·건물용 연료전지와 대용량 연료전지 발전소도 현재 수명은 2~3년 정도로서 5년 이상 안정하게 작동해야 상용화에 이를 수 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