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속 금보다 20배 더 비싼 펩타이드 "바쁘다 바빠"

#. 22일 찾은 국내 최초의 펩타이드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전문 애니젠 생산현장은 폭염에도 불구하고 숨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공장내부에서는 친화성 생물소재인 펩타이드의 축출작업이 한창이다. 인체에 사용되는 제품인 만큼 안전성과 위생관리를 위해 외부인 출입은 철저히 통제된다. 회사 사장이라도 마음대로 공장안을 출입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방문객은 공장안을 샅샅히 살피기 어려우리만치 관리규정과 절차가 유별나게 까다롭다. GMP는 식약청이 의약품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증하는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으로 인증도 어렵지만 유지가 더 힘들다. 이곳은 고가의 화장품, 의약품, 그리고 신약제품에 사용되는 펩타이드 원료를 제조하는 국내 유일의 생산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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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일 대표(오른쪽)와 연구진들이 생물소재인 펩타이드 축출작업에 앞서 체크리스트를 점검하고 있다.

호남권 대표 바이오벤처기업인 애니젠(대표 김재일)이 글로벌 수준의 펩타이드 의약품 소재와 신약개발로 벤처신화를 써가고 있다.

펩타이드는 단백질의 기능적 최소 단위로, 생체신호 전달과 기능 조절에 관여하는 차세대 인체 친화성 생물소재다. 특히 생체 독성이 낮고 질병 표적 단백질에 대한 선택성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화학적 합성이 가능해 의약에서부터 신소재·나노과학·분자영상·약물전달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응용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지난 2000년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창업기업으로 출발한 애니젠은 10년간 펩타이드 전문생산 기술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국내 굴지의 화장품 업계 및 제약회사 등과 굵직한 계약을 맺은 이 회사는 지난해 40억원의 매출에 이어 올해 100억원 매출을 내다보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기업공개를 통한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수조원에 달하는 신약시장 선점을 위해 우수인력을 영입하고 최신 인프라 시설을 확충하겠다는 마스터플랜도 세웠다.

설립 당시 벤처붐으로 수많은 교수창업이 이뤄졌지만 현재까지 살아 남은 비율은 5%도 채 안 된다. 애니젠의 직원수는 현재 45명이다. 인력 상당수가 광주과학기술원과 전남대, 조선대 그리고 순천대 등 지역인재다. 이 회사 박진석 이사는 광주과기원 박사출신으로 평직원으로 입사해 임원으로 승진한 케이스다. 직원들 근속연수도 평균 10년 가까이 될 정도로 이직률이 낮다.

2010년 GMP인증 공장을 완성한 애니젠은 연간 100㎏ 규모의 펩타이드 생산이 가능해졌다. 얼핏보면 규모가 작은 것 같지만 ㎏당 가격이 10억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1000억원 규모의 생산량이다. 펩타이드는 품질에 따라 ㎏당 3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을 훌쩍 넘긴다. 금보다 최고 20배 더 비싼 원료다.

펩타이드 신약개발도 활발하다.

애니젠은 한국산 청자고둥으로부터 펩타이드성 진통제를 개발해 기존의 마약성 진통제가 갖는 내성 및 독성문제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약물 후보물질 40종 이상을 발굴했다. 이중 코노톡신-FVIA는 기존의 약물이 가지는 비가역적인 반응성에 의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후보물질로서 현재 전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대구시와 첨단의료복합단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동건 경북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함께 다양한 병원성 미생물에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항균 펩타이드 개발에 관한 공동연구도 활발히 수행 중이다.

김재일 대표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GIST와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유지하는 한편 광주연구개발특구에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GMP 공장에서 발생할 안정적인 매출을 바탕으로 성장 가능성과 시장 잠재력이 큰 신약 개발에 적극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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