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형 DJ기기 세계 배급계약 체결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낸 국내 스타트업 기업이 수출 대박을 터뜨렸다. 화제의 기업은 휴대형 DJ기기를 만들어낸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 1기 출신 김희찬 대표의 제이디사운드.
제이디사운드는 17일 KOTRA LA무역관에서 미국 몬스터그룹과 세계 배급계약을 체결했다. 몬스터그룹은 국내에 박태환 헤드폰으로 잘 알려진 `비츠바이닥터드레` 제품을 만든 세계적인 음향기기 전문회사다. 현재 미국 내 고가 헤드폰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제이디사운드의 휴대형 DJ장치인 `PDJ(Portable Disc Jockey)-Monster`는 몬스터그룹의 배급라인을 통해 미국과 유럽, 캐나다 등 전 세계 소비시장에 공급된다. 올해 최소 1500만달러 매출이 예상된다.
계약에 앞서 제이디사운드는 지난달 중진공의 지원을 받아 참가한 실리콘밸리 `플러그앤드플레이 테크센터(Plug&Play Tech Center)` 피칭대회에서 세계에서 초청된 25개 기업과 경쟁해 1등을 차지했다. 이 결과 페이팔(인터넷 결제 서비스 회사, 이베이가 인수) 투자로 유명한 플러그앤드플레이 벤처그룹의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국내서도 최근 2AM의 슬옹이 모 케이블 채널에서 11분 정도 제품을 소개하면서 판매가 4~5배 늘었다. 59만9000원의 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한 달에 200대 정도 판매된다. 주 구매층은 10·20대 음악을 좋아하는 세대들이다.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하면 판매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김희찬 제이디사운드 대표
“이런 거 누가 사?” 김희찬 대표는 한국 시각에서 봤을 때는 아직도 DJ박스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상당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 체결을 위해 출국하기 전 인터뷰했던 김 대표의 창업은 아주 단순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창업 전 오디오 반도체 회사에서 상품기획과 마케팅 직원으로 근무하며 뮤직 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있었다. 당시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클럽에서 사용하는 DJ기기였다. 겉으로는 크고 화려해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쟤는 그대로일까. 홈 오디오도 MP3화됐는데, DJ기기는 20~30년째 그대로 사용한다. DJ들은 아직도 CD를 들고 다닌다.
이런 의문은 곧 `없으면 내가 만들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아이디어만 있는 상황에서 중진공 청년창업사관학교의 문을 두드렸고, 졸업을 앞둔 작년 1월 무작정 시제품을 들고, CES를 찾았다. 지인이 운영하는 부스 한 쪽을 얻어 전시했는데 반응은 좋았다.
“무작정 참가한 전시회에서 엄청난 반응을 얻고 국내에 들어와 양산 자금을 구하려고 대기업과 엔젤, 벤처캐피털 등을 찾았지만 이런 걸 누가 사느냐는 반응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중진공에서 성장공유형 자금(전환사채로 투자) 5억원을 투자 받았다. 이렇게 양산한 제품을 들고 작년부터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만 20여 차례 참석했다. 본격적인 마케팅을 하지도 않았지만 전시회에서 만난 판매상들은 10~20대씩 개별 주문해 각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현재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두바이,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파라과이, 브라질, 영국 등에서 제품이 팔린다.
몬스터도 지난 3월 KOTRA의 지원을 받아 참가한 전시회에서 처음 만나 10초 스피치로 연결이 됐다. 김 대표는 “10초가 30분, 1시간, 4시간 미팅으로 연결되면서 인연을 키워갔다”며 “미국 연예계의 유명인사이기도 한 몬스터그룹의 로열 리 사장(중국계)을 통해 본격적인 날개를 달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PDJ는 앨리샤 키스의 남편이자 유명 가수인 스위즈 비츠가 발표예정인 최신 뮤직 비디오에도 등장한다.
김 대표는 북미지역에서 몬스터와의 PDJ 론칭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PDJ에 의한 새로운 음악문화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처음 시작할 때와는 달리 포부도 커졌고 자신감도 생겼다”며 “세계 음악시장에 새로운 뮤직 플랫폼을 공급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