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소, 주먹구구식 예비력 계산

한국전력거래소가 전력수급 경보발령 기준이 되는 예비력을 주먹구구식으로 계산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해외에서 들여온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을 사용하지 않고 방치하는 등 전력계통 운영에 허점을 드러냈다.

Photo Image

전정희 민주당 의원과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오전 이같은 내용을 담은 `EMS기술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알스톰사로부터 도입, 구축한 EMS의 모든 기능이 정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도입한 시스템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설명이다. 전력거래소는 2003년 도입한 도매경쟁시스템(MOS)을 임의로 EMS에 연계, 사용해왔다. 서로 기능이 다르고 자료 호환이 어려운 두 시스템을 연계하면서 EMS 기능 대부분이 활용되지 않는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남호기 전력거래소 이사장조차 국내에서는 EMS 기술점검을 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다고 인정했다.

특히 거래소는 정상적 EMS 운용방식도 모르는 상태에서 한국형EMS 개발을 추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소는 지난 2009년 개발을 완료했다고 했지만 조사결과 아직 상용화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형EMS가 경제급전과 안전도 제약급전을 실행할 수 있는지 검증조차 받지 않았다.

전 의원은 “전력거래소가 EMS 부실 운영으로 매년 연료비 수천억원을 낭비하고 `블랙아웃(광역정전)` 공포를 조성하고 있다”며 “전력 계통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외국 전문가를 불러 EMS 기능을 복구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또 대국민 통보용 예비력과 내부용 예비력을 제각각 다른 방식으로 계산해왔다. 대표적 사례로 수요자원관리 시장 홈페이지와 전력거래소 홈페이지, 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의 예비력 수치가 다르다. 거래소가 운영예비력을 정확히 계산하지 못한다는 증거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거래소는 EMS에 포함된 예비력 관리프로그램으로 정확한 운영예비력을 계산하지 않고 과거 방식대로 SCADA(스카다)에서 자료를 직접 받아 계산하고 있다. 이 방식은 급전원이 가장 필요로 하는 `운전예비력`을 계산할 수 없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거래소가 주장하는 400만㎾ 운영예비력도 과도하게 높은 수치로 운영예비력을 유지하는 데 연간 4000억원 이상 연료비가 낭비되고 있다. 지난 2002년 도입한 EMS를 실시간 운전에 활용하면 400만㎾라는 예비력 확보가 불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EMS를 실시간 운전에 활용하는 국가 대부분은 운영예비력을 평균 150~250만㎾ 수준으로 확보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 전력거래소가 EMS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예비력을 지나치게 많이 확보하면서 연간 수천억 원대 연료비를 낭비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