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신용카드 가맹점이 밴(VAN) 사업자와 직접 협상을 통해 가맹점수수료를 결정하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삼일PwC컨설팅은 11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밴 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거래당사자간에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 자율 구조로 개편하자는 것이다. KDI는 현행 밴 수수료 체계가 밴사와 카드사간에 결정돼 불법 리베이트 경쟁에 의존하는 불합리한 거래구조가 정착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밴사는 대형가맹점에게 적정 수준 이상의 높은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중소형 가맹점은 부당하게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가맹점 스스로 밴사를 선택하면 가맹점은 여러 밴사와 협상을 통해 가장 낮은 수수료를 제시하는 사업자를 선택하고 밴사는 가맹점에게 고정적인 수수료를 받아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밴사는 거래량이 많은 대형가맹점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가맹점에 무상으로 단말기를 설치해주고 리베이트를 얹어주는 암묵적 거래를 해왔다. 밴사가 작년 한 해 리베이트 비용으로 일부 가맹점에 지급한 금액은 2365억원에 달한다.
KDI는 이번 밴사 구조 개편안으로 정상적인 가격경쟁이 가능해짐에 따라 리베이트 관행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강동수 KDI 금융경제연구부장은 “부당한 내부수익문제가 해결되면서 밴사간 압력이나 리베이트가 사라져 거래비용이 절감할 것”이라며 “따라서 전체적인 가맹점수수료율도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세 및 소액다건 가맹점도 평균결제금액이 낮아 개편 후 밴 수수료가 높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으로 보인다”며 “경쟁에 의한 수수료 하락 이외에도 선진화된 결제기술 도입의 촉진 등의 영향으로 대부분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은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밴사에 대한 IT관련 상시감독 및 정기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감독 차원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고 카드사는 승인수수료, 매입수수료, 증빙수거 수수료 등 밴사에 지급하는 비용항목별 절감방안 등을 모색할 계획이다
KDI 밴 수수료 개편안이 공개되자 밴 업계는 즉각 반발하며 공동 대응에 나설 태세다. 한국신용카드밴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KDI 개편안은 현실성이 없고 카드사와 밴사간 유기적인 협력 체제를 손상시키는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협회 측은 “수수료 체계 개편에 따른 막대한 사회적 소요비용 대비 기대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밴업계 분석”이라며 “대형가맹점이 모든 수혜를 독차지하고 오히려 영세 가맹점은 수수료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대형가맹점에 지급하는 리베이트 문제에 대해서도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수수료 개편보다는 정부 당국의 강화된 제도가 뒷받침 돼야 하며, 밴수수료 인하가 중소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관리감독이 선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