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최근 수년간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성장률이 극도로 낮다 보니 신규 일자리가 늘어나는 노동 인력에 훨씬 못 미친다. 선진국마저 고통스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고객을 확보하고 성장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마케팅 3.0` 개념으로 화제를 모은 저자 필립 코틀러는 금융 위기 이전 전략만으론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기존 전략이 여전히 최선인지 점검하고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정기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경기침체기일수록 위기 대처에 급급하지 말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기 위해 마케팅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공포에 사로잡혀 비용절감과 가격인하에 나서는 대신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게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먼저 향후 10년간 성장 기회를 가져다줄 9가지 메가 트렌드와 활용 방안을 소개한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트렌드는 `세계적 부의 재분배`다. 세계의 부는 충분하지만 분배가 왜곡되면서 소비와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부분 국가에서 부의 양극화가 심화된다. 개발도상국에서는 백만장자가 상당수 탄생하는 반면 일반인들은 구매력이 떨어져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다. 고가 사치품을 판매하는 기업은 최상층 부자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고려할 수 있다.
세계화와 현지화를 합한 의미인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도 주요 트렌드 중 하나다. 세계화를 추구하면서 현지 국가 기업 풍토를 존중하는 경영방식을 뜻한다. 기업들은 세계에서 각 국가로, 다시 지역으로 전략적 집중을 시도한다.
지속적 도시화와 사회기반시설 확충, 녹색 경제와 가속화, 소비자 역량 강화, 극심한 경쟁과 파괴적 혁신도 기업이 놓치지 말아야 할 주요 흐름이다.
메가 트렌드에 이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과 구체적 실행 지침,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는 불경기에 기업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이지만 고성장 기업은 경기 침체 때도 마케팅 활동에 집중한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마케팅 예산을 유지하며 강력한 마케팅 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전한다.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경쟁사인 도요타와 닛산자동차가 기술 결함으로 어려움을 겪는 동안 현대차는 성능이 뛰어난 자동차를 제작해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했다. `10년, 10만 마일 보증`이라는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했다. 실직을 두려워하는 미국인들에게 실직하면 현대차가 무조건 다시 차를 사주겠다는 매력적 제안으로 성공을 거뒀다.
마케팅 부서의 역할 분담도 강조했다. 저자는 기업에는 전략적 마케팅과 전술적 마케팅 두 종류의 부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술 마케팅 부서는 이미 만들어 놓은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일을 담당한다. 반면 전략 마케팅 부서는 미래 제품과 서비스를 준비한다. 3년 후 고객이 무엇을 원할지 예측하고 누가 미래의 경쟁상대가 될지 예상할 수 있어야만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com
필립 코틀러〃밀턴 코틀러 지음. 고영태 옮김. 청림출판 펴냄.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