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시스템 경영 실종·정통 KT맨 홀대로 '非 재벌 기업' 전락

CEO 리스크에 흔들리는 KT

“재벌기업과 정정당당히 승부하는 비(非)재벌기업은 KT가 유일하다.”

이석채 회장이 지난 6월 통합 KT 출범 4주년을 맞아 내세운 `KT 국민기업론`이다. 오너가 없는 대기업으로서 재벌기업이 받아온 수많은 특혜에 맞서 싸워왔다는 뜻이다.

그런데 협력사, 자회사 등에서는 온도 차가 느껴진다. 오히려 이 회장 취임 후 독단적인 경영이 심해졌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KT 특유의 시스템 경영이 사라지고, 경영진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경영`의 폐해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KT 협력사가 각종 장비발주 비리 잡음을 언론사에 몰래 제보하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 협력사 생태계에 균열이 `CEO 리스크` 진원지의 한축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지난해 KT의 PTN 장비구축 사업 평가에서 후순위 업체가 최종 사업자로 선정돼 뒷말이 무성했다. KT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사업에 제안한 14개사 가운데 9개사가 필수조건을 못 채워 탈락했고 평가결과 1위사는 자회사인 KT네트웍스가 선정됐으나 KT네트웍스가 제시한 원천 기술보유업체가 자본잠식 상태여서 불가피하게 후순위 사업자를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소용량 광전화 신규 구축사업도 구설수에 올랐다. 상용 장비를 시연한 한 글로벌 업체 대신 종이 제안서만 낸 기업 중심으로 사업자 선정이 진행되면서 해당 글로벌 업체가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은 이 여파로 최종업체 선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이에 대해 “글로벌 장비업체가 시연한 사례가 없다”며 “현재 4개사를 대상으로 시험평가(BMT)를 진행 중이며 계획대로 다음달 최종 업체를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장비 발주와 관련해 잡음이 잇따르면서 협력사의 불신이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협력사 한 관계자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과 다르게 KT는 그동안 RFP 공개, BMT 등이 투명하게 이루어진 편이었다”며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경영진에서 직접 결정을 하는 형태로 구매방식이 바뀌며 절차의 의미가 희석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KT 내부에서도 실무진을 중심으로 이 같은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KT에 오래 근무한 `정통 KT맨`들이 외부영입 인사 중심의 경영진에게 밀리며 주도권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실무진의 불만은 때때로 `이석채 회장 퇴진설`의 진원지가 되기도 한다. 한 글로벌 업체 임원은 “KT내부에서 이석채 회장의 거취는 거의 금기어지만 실무 임원 중심으로 불만이 많다”며 “협력사 불만을 종합적으로 수집하는 이도 있다”고 말했다.

자회사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KT스카이라이프의 경영도 본사 차원에서 좌지우지되는 형편이다.

KT스카이라이프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 흑자를 올렸는데도 배당, 콘텐츠펀드 조성, 야구단 등 본사 사업에 이익을 전달해야 하는 구조”라며 “콘텐츠 수급 결정은 물론 작년 임금협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등 본사 영향력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때로는 KT 외부조직이 사업에 관여하기도 한다. 본지는 지난해부터 KT 이석채 회장과 절친한 사이를 강조한 한 컨설팅 회사가 각종 KT 관련 사업을 협력사에게 제안하고 다닌 정황을 확인했다.

KT의 변신에 긍정적인 평가를 보내는 시선도 있다. 통신장비 업계 한 관계자는 “KT가 1년 전부터 기술조사팀을 적극 활용해 제안 단계부터 부실 기업을 골라내고 있다”며 “협력사가 워낙 난립해 있는 상황이라 경영 효율성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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