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이 40주년 기념DX 초합금 마징가Z 한정판을 `득템(아이템을 사다)`했다. 본체 46만원, 날개만 16만원이다. 한정판 프리미엄이 붙어 그야말로 `장난 아닌 장난감`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려보지만 관심 없는 친구는 `이게 뭐냐` `아직도 이런거 모으냐`며 괜한 핀잔이다. 구구절절 설명을 달지 않아도, 사진만 보고도 40주년 한정판임을 알아차리는 친구가 필요하다. 그런 `덕후(마니아를 통칭)`들만 모인 SNS 지빗(Zibit)에 올리자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고퀄(질이 좋다)`이라는 댓글이 순식간에 달린다. 20명이 `멋지다`를 누르며 자신의 리뷰 페이지에 퍼간다. 키덜트(Kid+Adult)를 위한, 키덜트에 의한, 키덜트 애플리케이션이다.
비단 마징가Z 뿐만 아니다. 프라모델, 레고, 피규어는 물론이고 헤드폰, 오토바이, 자전거, 시계, 스니커즈 등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 중 자랑하고 싶은 제품이 지빗에 올라온다. 심지어 베트남 출장을 갔다가 사왔다는 코브라술도 있다. 업로드도 쉽다. 카메라를 실행해 찍어서 리뷰를 쓰면 끝이다. 굳이 회원 가입을 하지 않아도 `눈팅(그냥 보는 것)`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유저 인터페이스(UI)가 간단하고 직관적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6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한 이후 한 달여 만에 가입 회원은 5000명을 돌파했다. 올라온 아이템은 3000여개가 넘는다. 현재까지 누적 방문자 수는 2만여명에 달한다.
이런 지빗을 만든 황재호 가지스튜디오 대표도 여느 스타트업 대표처럼 `정석 코스`를 밟은 사람은 아니다. 일본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게임에 빠졌고 결국 게임업체 넥슨에 인턴으로 입사, 능력을 인정받아 넥슨 아메리카에서 3년간 운영 팀장으로 있었다. 황 대표가 있을 당시 미국은 웹에서 모바일로 급변하는 `변혁기`의 중심에 있었다. “핀터레스트라는 버티컬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었지만 지나치게 여성적이었습니다. 남성을 중심으로 마니아틱한 갤러리에 대한 요구가 있다는 것을 알았죠. 자랑하고 싶은 인간의 본연적인 욕구랄까요.”
지빗과 비슷한 모델인 미국 `더팬시`는 유저 200만명에 주간 매출 20만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일본 `서말리`는 앤트리드캐피탈로부터 1억5000만엔 투자 유치를 성공했다. 지빗 역시 최근 엔젤투자자에게 억대 투자를 받았다. 향후 지빗을 가입자당매출(ARPU)이 높은 키덜트 성향의 이용자를 공략해 부가가치 높은 서비스로 성장시킨다는 복안이다. 황 대표는 “한국에 5000여개 동호회와 5000억원 키덜트 시장이 이미 조성돼 있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모바일 커머스 영역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