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문화로 읽다]좀비 바이러스

대중문화 전반에 `좀비`가 인기다. `월드워Z`같은 블록버스터 영화에 등장한 것은 물론이고 드라마·소설·음악 등 다양한 문화 장르서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벌어지고 있다. 1968년 좀비영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지 로메로가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내놓았을 때도 일부 마니아들만 열광하는 장르였다. 좀비물은 공포영화 장르에서도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하위 장르로 분류됐다. 도대체 좀비 바이러스는 어디서부터 퍼지기 시작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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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워Z

백과사전에 따르면 좀비란 서인도 제도 원주민의 미신과 부두교의 제사장이 마약을 투여해 일시적으로 호흡을 정지시킨 뒤 되살려낸 의식에서 유래했다. 소설 등에 공포 소재로 차용되던 좀비는 1960년대 공포영화 제작 유행과 맞물려 널리 퍼졌나갔다. 지금은 뛰고 생각하고 사랑까지 하는 좀비가 나왔지만, 좀비의 기본 모습은 느릿하게 움직이면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다.

좀비에 대해 현대인이 느끼는 공포는 유령이나 귀신과는 다르다. 본능적으로 공포감을 느끼는 초현실적 대상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다. 오히려 과학의 잘못된 오용이나 각종 전염병으로 빚어진 지구적 재앙, 얼굴 없는 군중에 대한 현대인의 스트레스가 반영된 결과에 가깝다.

좀비에게 물린 사람이 다시 좀비가 되기 때문에 확산속도가 빠르다. 앞서 걸어가던 행인이나 함께 일하는 동료만이 아니라 오늘 아침까지 함께 밥을 먹었던 가족마저 갑자기 좀비가 돼 공격을 시작한다.

보통 좀비가 발생하는 시작은 대개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거나 오지에서 도시로 잘못 퍼져나간 바이러스 세균 때문인 경우가 많다. 바이러스는 동물, 식물, 세균 등 살아있는 세포에 기생해 증식하는 감영성 입자를 말한다. 특히 단독으로 증식하지 않고 숙주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좀비 컨셉트와 잘 어울린다. 디도스 공격(분산서비스거부, DDoS) 공격으로 알려진 방법도 이와 유사하다. 매일 쓰던 PC가 바이러스 공격으로 `좀비PC`가 되어 다른 사람의 PC를 공격하거나 내 명령을 듣지 않는다.

겨울이면 유행하는 감기 때문에 익숙하지만, 바이러스는 인류 최대의 재앙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세계대전과 맞먹는 피해를 낸 `스페인독감`은 1918년에 처음 발생해 2년 동안 세계에서 2500만명에서 최대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연구진들은 스페인독감의 바이러스가 조류독감과 비슷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과거와 달리 현대인이 가지는 공포는 단순히 전쟁이나 유령, 연쇄 살인마와 같은 대상이 아니다. 좀비영화의 유행은 공포 입자가 바이러스 세균보다 작은 크기로 일상에 침투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공격 목적이 뚜렷하지 않거나 대상도 가리지 않는 무차별 테러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 감염을 두려워하는 현대사회의 모습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미신이나 전설에서 유래한 좀비란 단어는 때로는 마치 노예처럼 남이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는 대상을 조롱하는 의미로도 쓰이기도 한다. 좀비영화의 유행은 감당할 수 없는 재난 외에도 수많은 군중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어려워졌다는 현대인의 자조일 수도 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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