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를 가다

"2015년까지 의료용 방사선 영상기기 완전 국산화 도전"

“비임상시험을 위해 지금은 10억원이 넘는 독일 지멘스의 양전자 단층촬영 장치(PET)를 사다 쓰고 있지만, 2년 뒤에는 완벽하게 국산화할 것이다.”

지난 27일 찾은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정연호) 첨단방사선연구소(소장 김영진) 방사선기기연구부 하장호 책임연구원 얘기다.

[르포]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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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장호 첨단방사선연구소 책임연구원이 양성광 미래부 미래선도연구실장(왼쪽에서 두번째) 등 연구소 방문자들에게 개당 1000만원 하는 합성화합물 반도체 소재로 만든 방사선 센서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전북 정읍에 위치한 첨단방사선연구소는 오는 2015년까지 방사선 영상기기 100% 국산화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양전자 단층촬영(PET), 단일광자 단층촬영(SPECT) 등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암 진단용 핵의학 영상장치와 공항, 항만에서 화물 검색에 사용하는 보안검색장치 등을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하는 게 목표다. 현재 의료용 방사선 영상기기 국내 시장은 GE메디컬, 지멘스, 필립스 등 다국적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연구진의 기술 개발 목표는 기존 영상장치보다 180% 정도 감도가 훨씬 개선된 방사선 3차원 광자추적형 PET(Compton-PET)다. 이 3차원 광자추적형 PET는 아직까지 제품이 나오지 못한 새로운 시장이다.

방사선 영상기기 국내 시장 규모만 1조원이 넘는다. 전 세계 시장 규모는 70조원대다. 매년 17%씩 성장하고 있다.

하장호 책임연구원은 “영상화 및 시스템화 분야는 우리도 기술력이 있지만 소재와 센서 분야는 핵심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고가 방사선 영상기기의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기술개발이 마무리되면 대당 수십억원씩하는 영상장치 가격도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소는 현재 미래창조과학부 방사선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방사선 영상기기 핵심기술인 방사선 센서 소재와 센서 개발을 올해 안에 완료할 계획이다. 오는 2015년까지는 PET와 SPECT 등 의료용 방사선 영상기기 국산 완제품 개발 계획을 세워놨다.

연구팀은 지난 2007년 방사선 센서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 착수, 2009년 Cd(카드뮴), Zn(아연), Te(텔레늄) 3가지 원소를 합성한 화합물 반도체 소재(CdZnTe)를 지름 2인치 대구경 단결정으로 성장시키는 데 세계 6번째로 성공했다. 이 2인치 단결정 가격은 300만원이다. 센서로 가공하면 부가가치는 3배로 뛰어 가공비를 포함해 1000만원이나 나간다. 금보다 더 비싸다.

올해 하반기께는 이보다 수율을 더 끌어올린 지름 3인치급 이상의 CdTe와 CdZnTe 반도체 단결정과 방사선 센서를 내놓을 계획이다.

첨단방사선연구소는 방사선 육종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박상현 RI-바이오믹스 연구실장은 “방사선을 이용한 돌연변이 육종을 연구중”이라며 “2000년 이후 벼 13품종, 콩 2품종을 개발해 등록했다”고 설명했다.

벼 신품종에는 고 아미노산을 함유하거나 비바람에 잘 쓰러지지 않는 벼, 토코페롤이 다른 쌀에 비해 26% 많은 종이 포함돼 있다.

장미나 포인세티아, 난, 자생화, 네잎클로버 등은 품질과 종을 개선했다. 호남대와 제주대, 바보난농원, 전남농기원, 국립원예특작연 등과 산학연 협력연구로 낸 결과물이다.

최근엔 간기능 보호 성분이 강화된 블랙베리 신품종 `메이플`을 개발하고 정읍시와 대단위 재배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바이오에너지, 섬유, 플라스틱 소재작물인 케나프도 개발했다. 내년부터는 제품화에 본격 나선다.

향후 만들어질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 가속기와 경주 양성자가속기에 육종용 빔라인 설치도 제안해 놨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육성연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완공된 RI-바이오믹스센터를 소개한 최대성 선임연구원은 실험동물실이 텅 비어 있는 것에 대해 “IVC 랙의 동물특수 사육기만 1억원이고 실험동물까지 다 채우려면 유지비가 인프라 비용의 4배정도는 더 든다”며 “향후 단계별로 하나하나 채워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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