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전력난`이라는 공식이 자리잡았다. 국가 전체 전력사용량의 약 25%(1776만kW)가 냉방에 사용될 정도로 전기 이용 냉방설비의 보급이 늘었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 기후와 분간이 가지 않는 최근 여름철 날씨를 감안하면 무작정 냉방기기 사용을 줄이라고 강제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특허청 발표결과는 냉방전력을 줄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발표에 따르면 냉방전력 수요를 감소시키는 냉방장치 관련 특허 출원이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출원 건수는 363건으로 이전 5년간 230건에 비해 57% 이상 증가했다. 전력예비율이 10%대를 밑돌면서 가스냉방, 축냉식냉방, 지역냉방관련 등 비전력 냉방장치 기술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결과다.
가스식은 전기 대신 가스의 연소열로 냉방장치를 구동한다. 축냉식은 전력 예비율이 높은 심야에 전력으로 물을 냉각한 뒤 이를 낮에 냉방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지역냉방은 발전소 등 대형 열생산시설에서 발생하는 열을 냉방에너지원으로 이용한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냉방설비를 가동할 수 있어 여름철 전력감소에 특효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보급은 아직 활발하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냉방장치에서 가스식 냉방장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12%다. 일본의 23%에 비해 절반 정도다. 축냉식 냉방장치의 보급도 일본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들 설비가 전기 냉방방식에 비해 관리가 불편하고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때문에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한 지원이 필수다.
정부는 현재 연 160억원 규모의 예산을 들여 보급을 지원하고 있다. 매년 조기 소진될 정도로 성과도 좋다. 하지만 전력난이 본격화되고 관련 분야 기술개발이 늘어도 예산은 수년째 늘지 않고 있다. 한 설비당 1년간 약 50억원이 지원되는데 실제로 연간 몇 개 건물에 적용되는 수준이다.
올해는 심지어 예산 축소 이야기까지 나왔다. 관련 기술이 진보하고 있지만 자칫 시장에 안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기우로 보이지 않는다. 다양한 방식의 냉방설비가 소비자에게 선택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 기술 개발, 소비자 관심이 모두 지금보다 확대되는 계기가 필요하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