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민주화, 해외 엔저·미출구전략이 대표 변수
하반기 전략 수립에 한창인 재계가 `위기 관리(Risk Management)`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국내 내부에서는 `경제민주화`를 중심으로 반(反)기업 정서의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게 최우선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출구전략과 중국의 구조개혁, 일본 엔저 대비가 주요 이슈로 꼽히고 있다.
25일 재계 고위 관계자는 “재계 사업(비즈니스)은 기본이고, 대내외 위험 관리(매니지먼트)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많다”며 “전반적으로 재계가 공격적 행보에 나서기보다는 방어적으로 하반기 전략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여전한 규제 리스크…`조심하자`
연초부터 부각된 경제민주화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대기업은 없다. 재계에는 불안감이 여전하다. 이미 SK와 CJ·한화·STX·웅진그룹 등이 총수 구속이나 비자금 수사, 분식 등과 연관돼 조사를 받고 있다. 큰 문제가 드러나지 않은 삼성·현대차·LG그룹도 자칫 불똥이 튀지 않을지 내부를 단속하며 조심스러워 하기는 마찬가지다.
세무조사가 특정 문제가 제기된 그룹뿐 아니라 모든 그룹 전방위로 확대되는 것도 재계 전반에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다.
대기업 한 임원은 “사업은 상황에 맞춰 유연성 있게 진행돼야 하지만 투자·고용 변경이나 협력사 교체 등이 자칫 정권 코드와의 이탈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어 조심스럽다”며 “정치·사회적 이슈 관리 부담은 이전보다 월등히 커졌다”고 말했다.
정치권·정부 부처가 동시에 다양한 경제민주화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반 기업 정서가 확산되는 것은 또 다른 부담이다. 재계에서는 `찍히지 말고 조심하자`는 관리를 강조하는 이유다.
◇일본 엔저, 미국 양적완화, 중국 구조개혁 변수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기업들이다. 환 변동은 대외적인 중요 변수다. 환 변동에 따라 기업 이익의 5% 이상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는 엔저와 미국의 긴축완화, 중국 신정부의 구조개혁 이슈가 부각되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삼성과 LG·현대차그룹 등 재계는 계열사별로 전담팀을 꾸려 실시간으로 환율추이를 모니터링하면서 업종 특성에 맞춘 시나리오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각 지역 조직을 활용해 각국의 경제정책 방향이 회사의 득실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분석에도 공을 들인다.
전자 업계는 특히 일본 기업들과 뚜렷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엔화 변동 여파가 크다. 엔저 기조는 우리기업 수출 경쟁력 약화요인이다. 이 때문에 일본의 엔저 기조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는 전자업계 하반기 대표 변수다.
미국의 출구전략을 놓고는 이해가 엇갈리고 있다.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부담이지만, 중장기적 미국 경기회복의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위기와 기회요인이 모두 있는 셈이다. 특히 삼성그룹은 불황기에 투자를 강화하고 경기 회복기에 시장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강점을 드러내왔다. 삼성전자는 이와 연계한 미국시장 점유율 확대 전략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주 중국 금융권 신용경색 우려가 갑자기 불거졌다. 현지 신지도부가 구조개혁을 바탕으로 체질개선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감속성장을 인내할 것인지는 아직까지 불확실하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우리나라 기업들의 최대 수출지역이다. 재계는 중국 동향과 파장을 예의주시하면서 하반기 사업 전반 재점검에 착수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