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자회사 대거 물갈이…우리금융 ‘우리’가 안 보인다

우리금융 민영화에 몸이 단 이순우 우리금융회장이 무리한 인사개편과 독단 경영으로 내부 조직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신뢰도 추락하고 네 번째 도전하는 우리금융 민영화 수장으로 그릇이 안 된다는 자질론까지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13개의 자회사 중 11개의 자회사 대표를 대거 물갈이한다.우리카드는 유중근 전 우리은행 부행장, 우리아비바생명은 강영구 보험개발원장, 금호종합금융은 설상일 우리은행 상무가 대표로 유력하다.

CEO교체 인사 배경에 대해 우리금융은 전문성 있는 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금융 내부에서조차 이순우 회장이 인사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정현진 우리카드 사장이 대표적이다. 취임한 후 3개월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최단명 CEO가 됐다. 정 대표는 이팔성 전 회장 오른팔로 통한다. 수십 년간 이팔성 회장의 전략통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우리카드 출범 막판까지도 이순우 회장은 우리카드 분사 자체를 반대한 장본인이다. 이 때문에 이팔성 전 회장과 사이가 벌어졌다.

카드 분사 작업은 완료됐고, 정 대표가 출범 1대 CEO로 등극했다. 출범 3개월도 안 돼 이순우 회장의 눈 밖에 나면서 최단명 CEO로 물러나게 됐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정 대표는 재선임이 확실시 됐다. 첫 기자간담회까지 계획했다. 하지만 이순우 회장의 배구단 인수 철회 발언과 자회사 CEO 물갈이 정책이 연이어 터지며 내부 조직은 크게 흔들렸다.

우리카드의 배구단 인수 강행도 이순우 회장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팔성 전 회장이 전사 차원에서 추진한 스포츠 마케팅에 이순우 회장은 일부 언론을 이용해 우리카드 무능론으로 맞섰다. 결국 우리카드는 약속을 뒤집은 `갑의 기업`으로 둔갑했다. 민영화를 추진할 시점에서 조직 융합은커녕 오히려 그룹 최고 수장이 조직 분란을 촉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계열사를 아우르고 협력해야 할 시점에 뒤에서 계열사 흉보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이미 우리은행 등에서 우리카드로 이직한 직원들 간에는 미래가 없다, 좀만 버티다 나가자는 말이 흘러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자회사 CEO물갈이 인사도 뚜껑을 열어보면 친 이순우 체제다. 김희태 우리아비바생명 사장, 권숙교 우리FIS 사장 등 이팔성 전 회장과 독대를 하는 몇 안 되는 최측근들은 모두 물러난다. 우리카드의 새 대표로는 유중근 전 우리은행 부행장과 강원 우리기업 대표가 거론되지만 이순우 회장 라인으로 꼽힌다.

자회사 CEO교체를 필두로 이팔성 전 회장이 추진한 여러 사업도 곧 폐기처분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팔성 전 회장이 내놓은 그룹 5대 경영전략을 사실상 폐기처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연속사업으로 진행되던 IT 및 보안투자 계획들도 우리금융 민영화라는 과제 아래 올 스톱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인 원두 경영과 제로 디펙트(무장애 IT시스템 구축) 사업이다.

제로 디펙트는 이팔성 회장 재임시절 무장애 IT시스템을 2014년까지 구축하기로 한 대형 프로젝트다. 하지만 이 사업 총괄은 권숙교 우리FIS가 진행해왔고, 프로젝트 출범도 우리FIS를 통해 전 계열사로 확대됐다. 2014년까지 전 업무영역에서 무장애를 실현하는 2단계 사업은 전면 보류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조직도 껴안지 못하는 이순우 회장이 과연 1년 반 만에 우리금융 민영화를 이끌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오히려 민영화 조급증에 빠져 조직은 뒷전이고, 정부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온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외환은행을 합병하고 새 회장으로 취임 당시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화두가 바로 `조직 융화`다. 두 회장이 금융시장에서 비교되며 자질론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표]이팔성 전임 회장의 5대 그룹 경영전략

11개 자회사 대거 물갈이…우리금융 ‘우리’가 안 보인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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