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책금융공사가 혁신해야 하는 이유

금융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기관장 연봉만 5억원 넘는 곳이 있다. 바로 정책금융공사다. 직원 평균연봉도 1억원 가까이 된다. 대기업 못지않다. 그런데 최근 이 기관 부사장부터 임원까지 줄줄이 불명예 퇴직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독단적인 인사횡포와 여직원 성추행 파문 등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해 내부 조직까지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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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정책금융공사 한 직원이 부사장의 독단적인 인사횡포를 폭로했다. 결국 해당 부사장은 직무정지를 당하고 퇴진했다.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산업은행 출신 인사를 먼저 챙기고, 외부 출신 인사에 대해서는 철저히 차별했다는 이유다.

지난달에는 회사 간부 한 명이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해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자 이 간부는 인사위원회가 열리기 전 해당 직원에게 합의를 종용하고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결국 정책금융공사는 해당 간부를 파면 조치했다.

내홍이 잇따르면서 외부 시선도 냉대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정책금융공사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녹색·신성장동력 산업 육성 등 체계적인 금융 지원 전담기관으로 산업은행에서 분리됐지만, 실효성도 없고 중복 지원기관으로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

정부도 정책금융공사를 산업은행으로 재통합하는 방안까지 거론하고 있다. 정책금융공사는 한국의 신성장산업과 중소기업 지원 전담기관을 자처한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도덕적 해이와 내부 조직 균열 등 서민의 혈세로 방만하게 운영되는 `미운오리 새끼`로 평가절하 된다.

조직 혁신이 절실하다. 국민과 정부조차 마뜩치 않은 눈으로 정책금융공사를 바라본다. 미운오리새끼가 백조가 돼 날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물장구질을 쳐야한다. 날기 위한 뼈를 깎는 연습과 경험을 쌓아야 한다. 승자는 실패했을 때 내가 잘못했다고 말한다. 패자는 실패했을 때 `너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말한다. 잘못을 뒤돌아보고, 조직 혁신에 나서야 할 때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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